[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의 성장 둔화세에 맞물려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TV와 가전 등)이 적자로 돌아섰다.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 사업은 어려움 속에서도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갤럭시S로 경쟁력을 회복한 무선사업부가 3분기 실적을 견인했으나 완제품 사업에 발목을 잡혀 결국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성적표를 내놓았다.
29일 삼성전자는 3분기 4조8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웃도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으니 이 같은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것이다.
3분기 삼성전자의 TV, 가전제품, 에어컨 등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지털미디어 사업부는 2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사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평판TV의 경우 970만대를 판매해 전 분기 이상의 실적을 올렸음에도 LED와 3D 등 프리미엄 제품군의 판매 둔화와 유통재고 증가로 가격하락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가전 사업도 원자재가 상승·물류비 증가·미래 대비 투자 등으로 인해 적자 상황이 지속됐다.
그러나 갤럭시S와 바다OS를 탑재한 웨이브폰 등 전략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로 무선사업부가 1조1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삼성전자는 2분기 스마트폰 라인업 부족으로 6300억원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1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하는 저력을 보였다.
부품 사업부문인 반도체는 최대 실적을, LCD의 경우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주력 제품인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세공전전환 등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사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조420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LCD 사업부문은 TV 판매 둔화에 따라 가격 하락이라는 악영향이 있었지만 5200억원의 양호한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18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4분기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전통적인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세에 따른 소비 침체가 본격화되면 TV 등 완제품의 수요 약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는 시기이므로 수익성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와 LCD의 가격 하락이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4분기 전사 영업이익은 3조원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기대를 걸었던 연간 영업이익 20조원 달성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3분기까지 삼성전자가 기록한 누계 영업이익은 14조2800억원이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 반도체 사업의 약세가 예상되나 휴대폰, TV, LCD 사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은 4분기가 바닥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