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기업의 경영자들은 경쟁사에 대한 언급을 꺼려합니다. 공식적으로 경쟁사를 비판하는 것은 상도의에도 어긋날뿐더러 자사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라클 래리 앨리슨 회장은 경쟁사의 장단점을 얘기하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듣는 사람은 ‘저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래리 앨리슨 회장의 이런 성격은 이번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오라클 오픈월드 2010에서도 다시 한 번 재연됐습니다.
첫날 기조연설자로 등장한 래리 앨리슨 회장은 경쟁사들을 비판하는 데 거침이 없었습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세일즈포스닷컴에 대한 래리 앨리슨 회장의 날 선 비난입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온라인에서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는 회사입니다. 최근에는 포스닷컴(Force.com)이라는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 가장 각광을 받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데 앨리슨 회장은 세일즈포스닷컴에 대해 “클라우드 컴퓨팅이 이니다”고 일갈했습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가상화(virtual) 돼 있지도 않고, 유연(elastic)하지도 않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그는 특히 세일리포스닷컴에 대해 보안이 취약하고, 위험하다고 쓴 소리를 했습니다. 앨리슨 회장은 “세일즈포스닷컴은 모든 고객의 데이터가 같은 플랫폼에 섞여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면서 “만약 이것이 다운되면, 모든 고객이 다운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앨리슨 회장은 반면 아마존의 EC2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습니다. 아마존 EC2는 표준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의 플랫폼으로, 오라클은 아마존의 클라우드의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앨리슨 회장의 세일즈포스닷컴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해에도 세일즈포스닷컴을 향해 “오라클 기술(DBMS∙미들웨어) 기반으로 보잘 것 없는(itty-bitty) 애플리케이션을 올려놓았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래리 앨리슨 회장은 세일즈포스닷컴의 초창기 투자자였습니다. 앨리슨 회장은 세일즈포스닷첨이 창립됐을 때부터 투자했으며, 초기 이사회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세일즈포스닷컴 마크 베니오프 CEO가 오는 22일(미국 서부시각) 오라클 오픈월드 2010에서 ‘Welcome to Cloud 2: The Next Generation of Enterprise Collaboration’라는 주제로 강연이 예정돼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네 행사에 참석하는 손님에게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놓은 것입니다.
과연 마크 베니오프 회장은 앨리슨 회장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뭐라고 답할까요. 수요일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