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케이블TV 업계가 지상파 방송사와 방송프로그램 재송신 대가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과는 달리 재전송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케이블TV 업계는 13일 SO협의회에서 긴급총회를 열고 "지상파의 태도변화가 없다면 지상파 프로그램의 재전송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날 총회에서 케이블TV협회 회원사인 93개 SO는 만장일치로 지상파 유료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14일 열릴 예정인 PP협의회 총회에서도 SO의 결의를 지지하는 성명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에 재송신 대가를 지불하게 되면 PP 수신료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재판부가 사실상 지상파 방송사의 손을 들어준 결정을 내릴 때만해도 양측간 프로그램 대가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재판이 끝난 후 씨앤앰 최정우 전무는 "지상파 송출 중단에 따라 야기될 사회적 혼란과 시청자 피해를 감안해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케이블TV업계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는 현재 유료방송 시장 상황에서 지상파에 송신료를 지불할 경우 사실상 경영이 어렵다는 고민끝에 재송신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선택, 양측간 자존심을 건 싸움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TV에 가입자 당 320원의 송출료를 요구해왔다. 의무재송신 채널인 KBS1, EBS를 제외하면 KBS2, MBC, SBS 등 3개 채널이다. 한달에 가입자 당 960원을 지상파측에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케이블TV의 월 평균 가입자 당 매출이 6000원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데 1000원 가량을 지상파에 뚝 떼어주고 나면 유료방송 정상화는 물론, PP 수신료 정상화 등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아날로그 케이블TV 방송때부터 이어져온 양측간 암묵적 재송신 동의에 대한 정서적인 감정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재송신을 통해 케이블TV가 수익을 얻어왔지만 반대급부로 지상파가 해결하지 못한 난시청을 해소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케이블TV 업계의 송출중단이라는 초강수 선택은 명분을 확보한 뒤 향후 이어질 지상파 방송사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TV 역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송출하지 못할 경우 IPTV, 위성방송 등 경쟁 유료방송에 가입자들을 대거 빼앗겨 방송사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케이블TV가 초강수를 선택함에 따라 이제 양측의 극한 대립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물론, 앞으로도 양측간 물밑 협상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들은 IPTV 사업자에게는 프로그램 대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매체간 역차별 논란도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결국 양측 모두 현 상황에서 물러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방송산업을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