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취재수첩] "표는 원하지만 책임은 없다"…대선, 소상공인 공약의 '민낯'

최규리 기자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사진 위쪽부터) 대선 후보는 인천광역시 부평역 북광장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경기 파주시 파주 새암공원에서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경기 성남시 가천대학교를 찾아 '학식먹자' 행사 중 방문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자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사진 위쪽부터) 대선 후보는 인천광역시 부평역 북광장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경기 파주시 파주 새암공원에서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경기 성남시 가천대학교를 찾아 '학식먹자' 행사 중 방문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자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지역화폐나 상품권보다 당장 월세가 급한데, 이번에도 결국 '말잔치' 아닐까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 모 씨의 말은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소상공인의 전반적 심정을 대변한다. 표심이 달린 골목상권을 향해 각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지원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실망이 반복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방향부터 수단까지 뚜렷하게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실행 방안은 추상적이고, 재정 계획은 불투명하며, 정책은 반복된다.

"실제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포퓰리즘 공약이 전시되는 선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채무 조정, 지역화폐 확대, 공공부담 경감 등 촘촘하게 직접 지원을 강조한다. 그러나 공약 대부분이 재정 투입을 전제로 하고 있고, 구체적인 예산 추계나 실행 수단은 뒤따르지 않는다. 탕감 대상과 기준, 시행 시점, 관련 법령 정비 등의 핵심 요소는 빠져 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비슷한 공약을 이미 몇 차례 들어왔다"며 냉소를 보인다. 결국 정책 설계보다 유세 효과를 겨냥한 '듣기 좋은 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문수 후보는 정부 조직 정비와 제도 구축 중심의 지원책을 내놨다. 대통령 직속 지원단, 전문은행 설립, 재기 지원 패키지 등은 구조 개혁 성격이 짙다. 하지만 이 역시 제도 설계는 화려한 반면, 실현 과정은 뭉뚱그려졌다.

소상공인 지원단은 기존 중소벤처기업부와 어떤 기능 조정을 거칠지, 전문은행은 어느 수준의 재정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질지 설명이 부족하다. 단계별 재기 패키지나 보험료 지원 확대도 어디까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없다.

이준석 후보는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 규제 완화와 시장 구조 개선을 앞세운다. 최저임금 지역차등제, 플랫폼 리뷰 중재, 프랜차이즈 공동책임제 등은 자율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역시 추상적인 방향성에 머무른다. 지역차등제는 법 개정이 필요하고, 노동계 반발은 불가피하다.

플랫폼 책임 강화도 실제 시행 땐 업계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조정 방안은 없다. 이는 '시장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취지에 가까운데, 지금 당장 생존이 위협받는 영세 상인들 입장에선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세 후보의 공약 모두 정책 설계의 정밀도와 실행 전략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거나, 핵심 수단을 생략한 채 당위만 반복하는 식이다. '어떻게'보다 '무엇을'만 나열한 정책들 속에서 유권자들은 실질보다 명분만 가득한 정치적 수사를 듣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재정 현실과 입법 가능성, 이해관계 조정 같은 핵심 과정을 피해 가는 '공약 회피'가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표를 얻기 위한 화려한 공약들은 쏟아졌지만, 정작 책임지고 실행하겠다는 자세는 보이지 않았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 패턴은 결국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유권자들은 누가 더 많은 돈을 준다고 말하느냐보다, 누가 현실을 직시하고 구조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갖췄는지를 보고 있다.

골목상권을 위한 공약이 진짜 정책이 되려면, 이제는 말이 아니라 숫자와 실행 계획으로 증명해야 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유효한 '실행 가능한 약속'만이 소상공인을 위한 것임을 입증할 수 있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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