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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해킹사태 수습 ‘시험대’...“진상규명은 아직, 이용자 보호 집중”(종합)

오병훈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5일 기자회견장에서 최근 발생한 대규모 유심데이터 유출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5일 기자회견장에서 최근 발생한 대규모 유심데이터 유출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이용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최근 발생한 SK텔레콤 유심데이터 해킹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진상규명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모될 전망이다. 정부가 발족한 민관합동조사단에 적극 협조하고, 피해 규모 확인에 앞서 이용자 보호조치에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유 대표는 25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용자 보호 대책을 밝히며 “SK텔레콤을 이용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원하는 경우 유심카드를 무료로 교체하는 등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선 ‘유심보호서비스’와 비정상인증시도 차단(FDS∙Fraud Detection System) 강화 시행에 이은 조치다. 보호·차단서비스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유심칩) 등에서 다각도로 2중 3중 보호조치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심무료교체는 오는 28일부터 실시한다. 전국 티월드(T-World)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 등에서 가능하다. 매장 방문이 어려운 서비스 취약계층(장애인·노년층)을 대상으로는 개별적으로 연락해 교체 방식을 안내하는 등 조치한다. 자비로 유심칩을 교체한 이용자에게는 그 비용을 환급해준다.

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용자 정보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국가 기관 통신 사업자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저를 비롯한 SK텔레콤 임직원 모두가 깊은 유감과 책임을 느낀다”며 “SK텔레콤은 이번 침해 사고 발생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 한국인터넷진흥원(이하 KISA), 경찰 등 관계 당국과 함께 사고 원인 분석 및 피해 내용 파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출 규모·내용 조사중...“민관합동조사 결과 나와야”

SK텔레콤은 아직까지 정확한 유출 규모와 내용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부가 운영 중인 민관합동조사 결과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의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사고 범위와 규모, 원인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유 대표는 사과문을 낭독 후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고 곧바로 퇴장했다. 유 대표는 “이용자와 언론의 궁금증과 불안을 모두 해소해주고 싶지만, 사고 원인과 규모 등에 대한 정부 조사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라며 “추후 사고의 원인과 피해 규모를 비롯해 자세한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본인이 직접 추가 조치 방안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임원진을 대상으로 질의응답이 진행됐으나, 다수 기자들의 조사 관련 질문에 임원진들은 “현재 정부측에서 민관합동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SK텔레콤은 적극 협조 중이며, 조사결과가 나오는대로 한번 더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말을 아꼈다.

정부는 지난 24일 정부부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출범했다. 2개월 내에 조사를 마치고 관련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관련 부처 입장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전날(24일) 개막한 ‘2025월드IT쇼’에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민관 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에 있고, 한두 달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침해사실신고 고의지연 의혹에 대해서는 ‘고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기업은 데이터유출을 인지했을 경우 24시간 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실에 제출된 SK텔레콤 사고 경위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상적인 데이터 움직임을 감지한 시각은 18일 오후6시9으로 기재돼 있으며, 최초 신고 시각은 20일 오후 4시46분이다. 신고 고의 지연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이종훈 SK텔레콤 인프라 전략본부장이 “악성코드를 처음 발견한 시점이 18일 23시20분이다”라며 “최선으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 시간이 지연된 부분이 있었고, 의도적으로 지연할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유심보호서비스+FDS+유심교체…다중 보호조치 제안

회사는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에 집중하는 한편,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보호조치에도 집중한다. 앞서 SK텔레콤은 단말기복제 등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유심보호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어 이용자의 금전 및 정보보안 사고를 막기 위해 ‘비정상인증시도 차단(FDS∙Fraud Detection System)’ 등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이종훈 인프라 전략본부장은 “FDS와 유심보호서비스 두개를 결합하면, 유심 교체 준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그럼에도 근본적인 이용자 불안감 해소를 위해 무료유심교체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각종 소프트웨어 기반 차단·보호 서비스와 더불어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유심칩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복제폰 등 문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유심보호서비스와 해외로밍 동시가입 불가’ 문제와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용자가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기 위해서는 해외로밍서비스 해제가 이뤄져야 한다.

무료유심교체 실시 전에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이용자에게는 통신 서비스 비용 중 해당 비용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환급을 실시할 계획이다.

홍승태 고객가치혁신실장은 “일반 장애인을 비롯한 노년층 이용자들 등 매장에 방문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가입 방법을 안내하고, 가입을 대행해주는 조치를 시작했다”며 “데이터 유출에 따른 피해 우려가 종식될 때까지 한명 한명 모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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