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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 실적발표 시즌 돌입…美 관세 리스크 영향 주목

고성현 기자
상호관세 발표 중인 트럼프 대통령 [ⓒEPA 연합뉴스]
상호관세 발표 중인 트럼프 대통령 [ⓒEPA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국내 주요 첨단제조산업 기업들이 이번주를 시작으로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시즌에 돌입한다. 1분기는 지난 1월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도래함에 따라 재고를 비축하기 위한 수요 증가의 수혜를 받을 가운데, 장기적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SK, LG그룹의 주요 제조사들이 23일 LG이노텍 실적발표를 시작으로 1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다. 24일에는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포스코퓨처엠, LG전자, 현대자동차가 실적발표 설명회에 나서며 25일에는 삼성SDI, 기아가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음주에는 삼성전기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이 실적발표에 나선다.

전자·배터리 등 주요 첨단 제품 제조사들은 올해 1분기 우려를 뛰어넘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업계는 되살아나지 않는 IT·차량 수요와 연초 비수기 등을 이유로 실적 부진을 내다봤으나, 트럼프 관세 유예의 여파가 수혜로 작용하면서 긍정적인 실적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4월 초 상호관세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돌면서 미국 시장을 겨냥한 세트업체의 부품 비축 수요가 확대됐고, 이에 따라 반도체·전자부품·디스플레이·배터리에 걸친 선주문 수요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 6조600억원을 달성한 잠정실적을 공개했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미국 생산 확대에 따른 세액 수혜로 3747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스마트폰 비수기로 실적 하회가 예상됐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삼성전기 등도 시장 기대치를 넘는 실적이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영위하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는 오랜 침체기가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호관세 우려에 따른 고객과의 선주문과 함께 작년 비축된 재고가 줄고, 감산에 따른 가격 하락 추세가 멈추면서 시황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메모리 가격이 D램은 8~13%, 낸드는 15~20% 하락했지만 2분기부터는 직전분기 대비 각각 3~8% 인상될 것으로 봤다.

디스플레이 및 전자부품 분야에서는 미국 내 TV·IT 신제품 출시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애플이 보급형 신제품인 '아이폰 16e'를 2월 중 출시하면서 관련 수혜가 늘어났고, 1월 삼성전자의 '갤럭시 S25' 출시 및 중국 정부의 노후 가전·자동차 교체를 지원하는 '이구환신' 정책에 따른 수요 증가도 영향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관세에 따른 부품 가격 인상 우려와 미국 주요 전기차 업체의 재고 축적 요구가 늘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제너럴모터스(GM), 현대차 등의 배터리 비축 요구가 늘면서 이들에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의 출하량이 늘었고 이에 따른 적자 폭 증가 우려는 완화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2분기에도 이같은 비축 수요에 기반한 선주문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4월 초 발효한 상호 및 품목별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발빠르게 이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스마트폰과 전기차의 경우 하반기에 주요 제품 출시가 집중된 만큼 이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실적 반등이 예상됐던 올해 하반기의 경우 오히려 전망이 어두워진 분위기다. 당초 예상됐던 '상저하고'의 흐름이 선주문 증가로 뒤바뀌고 있고, 재고가 비축된 이후 주요 세트업체들이 관세 영향을 대비하기 위해 주문을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성수기 시즌에 실적이 하락하게 되면 기저효과나 물량 증가의 폭 감소로 더욱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나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영향도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90일 간 유예된 관세가 2분기 말, 3분기 초를 기점으로 시행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국내 배터리 3사가 투자 중인 미국 현지 법인이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소재·부품·장비의 가격 증가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 생산법인을 건설한 삼성전기·LG이노텍·삼성디스플레이 등 부품 업체들도 영향권 아래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 부품 공급을 중국이나 대만, 한국 등지로 진행하고 있어 미국 관세를 적용받진 않으나, 최종 제품이 미국으로 향하는 만큼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고객사가 늘어날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품목별로 세분화해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직접적인 여파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호관세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보다는 금융 환경이나 환율 등 간접적인 현상밖에 없어 예단하기 이르지만, 현재 언급된 방향으로 시행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통상 외교가 제대로 작동하는 한편, 개별 기업으로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야하는 중요한 시기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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