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흔든 H20 규제…트럼프, 중간선거 앞두고 '딜레마'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AI 그래픽처리장치(GPU) 'H20'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이 같은 '정밀 타격'이 자국 기업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과 산업 보호'라는 이중 과제를 안게 돼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미 상무부의 추가 규제로 인해 중국 시장에 H20 공급이 어렵게 됐다. H20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전용 GPU로, 기존 A100·H100·H800 등 고성능 제품과 달리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양을 조정한 모델이다. 그러나 미중 간 반도체를 둘러싼 기술·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제품마저 국가 안보 위협 요소로 간주하고 수출을 차단했다.
문제는 H20의 수출 중단이 단순한 기술 제재를 넘어, 미국 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분기 엔비디아의 매출 중 2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했으며, H20은 그중 상당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투자업계에서는 H20 제재로 인해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 수조원대 매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에게도 고민거리다. 미중 기술 분리를 가속화하고 중국의 AI 기술 굴기에 제동을 거는 목적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자국 핵심 산업에 피해를 줄 경우 국내 여론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주목되는 점은 내년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반발이 커지면 공화당의 입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간선거는 미국의 상·하원 의원 일부와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선거로,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행정부에 대한 평가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나 기업 규제 강도는 중간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반도체와 AI는 미국의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한 만큼, 산업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향후 트럼프의 셈법이 보다 정밀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면 규제보다는 고성능 칩, 장비, 설계 기술 등에 한정된 '핀셋 제재'를 통해 자국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대중 견제를 지속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최근 일부 스마트폰·노트북 등 소비재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 조치를 취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의 반발과 보복 가능성도 변수다. 중국은 이미 자국 내 GPU 수요의 상당수를 엔비디아에 의존하고 있으며, H20 수출 중단 이후 대체 수단 마련에 나서고 있다.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의 ‘자립 시도’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트럼프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 기술 독립을 자극할 수 있다는 역풍도 우려된다.
트럼프의 H20 제재는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셈법과 산업 전략이 맞물린 고차방정식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선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때리면 미국이 아프다는 현재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20 제재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미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대중 수출 전략에 혼선을 줄 수 있다"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산업과 정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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