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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티메파크’ 각자도생인데…구영배의 ‘위시’ 드림은 현재진행형

왕진화 기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2020년대 초반 ‘구영배의 보석함’으로 일컬어졌던 큐텐 계열사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가 각자도생으로 흩어지는 모양새다.

세 곳을 한데 모았던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도 위시코리아에 대해 직접 발언, 티메파크 생존보다 이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풍기면서 업계 및 셀러(판매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이영선)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진행한 첫 공판에 출석한 이후 취재진을 만나 “위시(위시코리아)를 키워야 기업회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위시를 키워야 가치를 만들 수 있고, 그 가치를 통해 다시 회사를 (기업)회생시킬 수 있다”며 “그걸 통해서 피해자를 변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들은 셀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위시는 티메파크가 무너지게 된 근본 원인으로 꾸준히 지적돼온 곳이다. 구 대표가 위시를 품을 당시 인수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티메프(티몬·위메프) 판매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큐텐이 인수한 위시 운영사인 컨텍스트로직코리아의 사명은 지난해 12월4일 위시코리아로 변경됐다. 또한 등기부등본에선 ▲중고상품 도소매업 ▲경영컨설팅업 ▲광고 영화 및 비디오물 제작업 ▲게임용구, 인형 및 장난감 소매업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등 기존에 없었던 사업 목적이 다수 추가됐다.

다만 해당 업체에 대해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위시는 인수하기 직전만 해도 글로벌에서 1000만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수준으로 나왔는데, 이젠 200만 MAU밖에 안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위시를 살리기 위해 티메프를 마중물로 삼았나 싶을 만큼, 어떻게 이를 가지고 국내에서 재기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아시스마켓]
[ⓒ오아시스마켓]

이러한 가운데 티메파크는 각자도생으로 살길을 모색 중이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는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를 일으킨 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티몬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티몬은 지난달 4일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위한 조건부 인수예정자로 오아시스를 선정해달라고 서울회생법원에 신청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일까지 진행된 공개입찰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가 없어 오아시스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됐다.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 제안 가격은 비밀 유지계약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2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티몬이 지난 2022년 큐텐에 인수될 당시 책정됐던 기업가치가 약 2000억원이었던 만큼, 10분의 1인 헐값에 팔린 셈이다.

이어 티몬은 서울회생법원에 오아시스를 최종 인수자로 확정해 달라는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법원은 오늘(14일) 이를 받아들여 확정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만난 류광진 티몬 대표는 “(오아시스의 티몬 단독 인수 후)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며, 인수 과정에 있어 도움을 충분히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상품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상품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티몬과 떨어지게 된 위메프 역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이 나타났다. 바로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다. 지난 8일 인수의향서 제출 소식이 알려진 당시 BBQ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일 자체는 사실이라면서도, “논바인딩 형태로 구체화된 상황이 아니고, 이제 막 초기 단계에서 검토하는 정도”라며 말을 아꼈다.

BBQ가 위메프 인수를 검토하는 이유는 사업 영역 다각화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제너시스BBQ는 외식 문화를 선도하는 종합식품외식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관련 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 제너시스BBQ 측은 최종적으로 인수가 확정될 경우 플랫폼 활용 방안과 가격 조건 등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파크 쇼핑, 인터파크 도서, AK몰을 운영 중인 인터파크커머스는 티메프와는 달리 인수합병 의향을 밝힌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인터파크커머스는 지난 1일부터 인터파크 쇼핑·도서 플랫폼 서비스명을 ‘바이즐·바이즐북스’로 변경했다.

바이즐은 이번 서비스명 변경을 시작으로 기존 플랫폼의 강점을 순차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최대 프리미엄 아울렛의 국내 온라인 판매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고 밝힌 바이즐은 이달 중 6000여개 해외 유명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지가 더 높았던 티메파크가 자구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가운데 ‘K-커머스’(가칭)를 위해 구 대표가 설립을 추진했던 합병 통합 플랫폼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는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없던 일이 됐다. 위시를 통해 기업회생을 도모하는 구 대표가 남은 공판 기간 어떤 계획을 제시하고 움직일 지가 관심사로 쏠리는 이유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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