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KCCW 살리자던 구영배, 첫 공판 뒤에선 “위시 살려야만 피해 변제 가능”

왕진화 기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8일 취재진을 만나 “위시(위시코리아)를 키워야 기업회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이영선)이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영배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 10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구 대표는 공판을 마친 뒤 현장에서 만난 취재진에 “위시를 키워야 가치를 만들 수 있고, 그 가치를 통해 다시 회사를 (기업)회생시킬 수 있다”며 “그걸 통해서 피해자를 변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위시를 살려야 다른 것(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등)까지 같이 살릴 수 있다는 의미냐는 질의에, 구 대표는 “위시를 어쨌든 성공시켜야 한다”고 답한 뒤 빠르게 재판장을 빠져나갔다.

앞서 지난해 구 대표는 티메프 합병을 위해 신규 법인 KCCW를 설립하고, 셀러들에게 주주로 참여해달라는 목소리를 낸 바 있지만 이날은 지난해 2월 인수했던 미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더욱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현장에서 만난 류광진 티몬 대표는 “(오아시스의 티몬 단독 인수 후)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며, 인수 과정에 있어 도움을 충분히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전의 유일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오는 9일 공식 인수 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류 대표의 변호인 역시 “류 대표는 최선을 다해 지금 피해자 회복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향후에 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진 왼쪽부터)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티메프 미정산 사태 1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4.8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티메프 미정산 사태 1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4.8 [ⓒ연합뉴스]

한편, 이날 이뤄진 첫 공판에서 짙은색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구 대표와 류광진 대표, 류화현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거나 고개를 숙였다.

앞서 구 대표는 류광진·류화현 대표 등과 공모해 1조8500억원 상당의 티몬·위메프 판매자 정산대금 등을 가로채고, 위시 인수대금 명목으로 티몬·위메프 상품권 정산대금 5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핵심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한국법인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정에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에 합계 727억1000만원 상당의 프로모션 할인 비용, 배송 비용, 물류 창고 비용 등 각종 비용을 부담시켜 손해를 입힌 혐의도 제기됐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모두 기각시켰다. 이들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날 구 대표를 포함한 피고인 10명은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1인 시위에 나선 신정권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장.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
1인 시위에 나선 신정권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장.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

이날 공판을 방청한 신정권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장은 “류화현·류광진 대표 등을 포함한 피고인 9명은 구영배 대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본인들은 다 빠지고, 그 와중에 구 대표는 자기도 지금의 경영에서 일상적인 상황이라고 부인을 해버리면 결국은 전원이 다 빠져 나가는 그림이 아니겠느냐”면서 “피고인들은 이렇게 그림을 그려놓고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신 비대위원장은 구 대표의 ‘위시 발언’에 대해선 “위시가 변제 가능한 상태였다면 위메프나 티몬이 위시에게 자금을 지원할 이유가 없었다”며 “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는 지금 이 공판에서 본인들이 ‘이런 노력을 했다’라는 그냥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일 뿐, 저희(비대위)는 실질적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히려 위시에 돈이 있다면 지금 당장 처분해서 국내에다 풀어야 한다”며 “KCCW는 실체가 없는 조직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건 그대로 하면서, 위시도 살려야겠다는 명분 하에 (구 대표가) 거기서 활동하고 있다. 직원들을 다시 위시로 옮기고 있는데, 이는 거기서 장난을 또 칠 수 있는 여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침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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