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장 둔화 속 엇갈린 K-배터리 3사 실적…핵심된 美 진출 성과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 1공장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 1공장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근 2년 가까이 지속된 전기차 수요 침체(Chasm) 여파로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권역·고객사별 판매량 차이에 따라 일부 기업만이 수익성을 회복하는 등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6조189억원, 영업이익 672억원(AMPC 제외)으로 집계됐다. 캐즘 초기 진입 시기였던 작년 1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78%가량 감소하나, 2분기부터 지속된 적자를 해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수요 저조에 따른 고객사의 재고조정이 이어지면서 중대형 배터리 판매가 줄었으나, 재고조정 강도가 예상보다는 크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요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한 얼티엄셀즈가 예상 외 가동률을 회복하고, 테슬라·폭스바겐 등으로의 공급이 점진적으로 이뤄진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아울러 1분기 고환율 지속에 따른 상대적 환차익 수혜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iM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을 1630억원, DB증권은 1101억원으로 추정하는 등 컨센서스 대비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헝가리 괴드 1공장. [ⓒ삼성SDI]
헝가리 괴드 1공장. [ⓒ삼성SDI]

반면 삼성SDI는 2분기 연속 적자 지속이 예상된다. 삼성SDI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조8574억원, 영업손실 3386억원으로 집계됐다. LS증권은 삼성SDI가 1분기 영업손실 31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며 컨센서스와 부합한 예측을 내놓은 반면, iM증권은 4570억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하며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의 실적 부진에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와 부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BMW와 피아트(FIAT) 등 주요 고객사의 재고조정 지속에 따른 물량 감소가 두드러진 가운데, 리비안향 2170 원통형 배터리 공급이 멈추면서 실적 부진의 골을 깊게 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가 상대적으로 미국 시장에 늦게 진출하게 된 점도 발목을 잡았다. 전기차향 매출 비중이 높은 BMW가 저가형 배터리를 채택하며 중국 비중을 높이는 등 유럽 고객사 경쟁은 치열해졌으나, 이를 대체할 고객사가 상대적으로 적어 타격을 받게 됐다는 의미다. 특히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미국 법인이 본격 가동을 시작했으나 신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상승, 부진한 판매에 따른 초기 난항 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SK온 역시 비슷한 흐름을 유지할 전망이다. 비상장사인 탓에 별도의 실적 컨센서스가 집계되지는 않으나, 현대차그룹·포드 등 주요 고객사의 재고조정 흐름이 지속되는 만큼 판매량도 저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배터리 업계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 상반기 부진에도 전기차 신차 출시 효과, 신규 프로젝트 가동에 따른 연말 반등이 이뤄지는 '상저하고' 흐름을 탈 것으로 봤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소비자 보조금 조항(30D) 철폐 등 단기적 리스크가 영향을 끼치고 있으나,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유지되는 만큼 성장동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정책적 기류가 급변하면서 반등 시점이 다소 밀린 모양새다. 유럽 내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통상 환경 악화 요인을 가속시키고 있어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우 미국 현지 진출을 일찌감치 결정한 만큼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다는 관측이 크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부족한 현지 배터리 공급 대응, 완성차 업체들의 부족한 전기차 수익성 등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GM 외 단독 공장 투자를 결정 짓지 못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 테슬라 등을 향한 폴란드·중국 공장 생산 비중이 높은 축에 속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물론 완성차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생존경쟁 구도가 뚜렷해지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향 비중이 점점 높아질 것인 만큼, 성장성이 높은 전기차 업체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만 향후 '포스트 캐즘'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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