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입차 25% 관세 부과한 美 트럼프…고객사 따라 울고 웃는 'K-배터리' [소부장박대리]

배태용 기자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 및 핵심 부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공식화하면서, 전기차 생태계 전반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같은 배터리 업계라 해도 고객사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둔 국내 배터리사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관세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치는 동부시간 기준 이달 3일 0시1분부터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을 '미국 해방의 날로 명명하고, 대부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적용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3일 0시1분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발표한 대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 및 핵심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관세 부과 조치는 미국 전기차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수입 전기차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는 해당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 가격 상승과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봐왔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 역시 고객사 포트폴리오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전기차를 미국 내에서 조립·생산하는 완성차 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둔 배터리 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미국 내 조립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차는 이번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 생산 비중이 높은 고객사에 의존하는 배터리사는 관세가 전가될 경우 수요 위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1공장 전경 [ⓒSK온]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1공장 전경 [ⓒSK온]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내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업체는 테슬라와 리비안이다. 두 회사 모두 미국 내 조립 비율이 100%에 달한다. 뒤이어 현대차(87.6%), 스텔란티스(61.7%), GM(53.9%), 포드(48.3%) 등이 높은 미국 생산 비중을 보였다. 반면, BMW·벤츠·폭스바겐 등 독일 3사는 미국 판매 전기차의 80%가량을 유럽에서 들여오고 있어 관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25%의 관세가 적용될 경우, 해당 수입차의 가격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구조다. 차량 가격이 수천 달러 이상 오를 수밖에 없어, 미국 내 소비자 수요가 위축되고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해당 차량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기업에도 수요 감소라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한국 배터리 기업은 고객사 구성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포드 등 북미 지역에 생산거점을 둔 완성차 고객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

SK온 역시 포드·현대차 등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를 조립하는 고객사와의 협력이 강화돼 관세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다. 반면, 삼성SDI는 BMW와 스텔란티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향 매출 비중이 높아 관세 적용 시 간접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보호무역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 생산 확대를 추진하거나, 한국 배터리 기업들 역시 미국 내 합작공장 설립 및 고객사 다변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는 자동차 산업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라며 "향후 관세 정책이 고착화되면, 배터리 기업도 고객사뿐 아니라 소재·설비 공급망까지 다시 설계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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