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탐방] 신성이엔지, '클린룸 핵심' 용인 사업장…반도체 혹한기에 빛난 스마트화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최근 방문한 신성이엔지의 용인 스마트팩토리. 반도체 제조 환경의 외부 오염 요소를 차단하기 위한 핵심 설비가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얼어붙은 반도체 업계의 투자로 '슈퍼사이클' 당시 활기보다는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움츠린 다리를 펼 준비를 하듯 팬필터유닛(FFU)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실시간으로 찍혀나오는 FFU의 개수를 보며 "언제라도 생산을 다시 확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희망적인 목소리를 냈다.
용인 스마트팩토리는 2016년 신성이엔지가 준공한 스마트공장이다. 지난 1991년 신성이엔지가 처음 국산화한 FFU, 장비용 FFU(EFU) 등을 생산하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이 부품을 장비사 등에 납품하거나 반도체 제조사 공장에 직접 시공하고 있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전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클린룸은 제조 환경에 존재하는 미세먼지(Particle)를 제거하고 온·습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공간이다. 수십 나노미터(㎚)대 회로 선폭 구성으로 작은 먼지에도 큰 영향을 받는 반도체 웨이퍼를 가장 앞 단에서 지킨다. FFU는 클린룸 구성 중 파티클을 제거하면서도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용인 스마트팩토리가 건설된지 어느덧 9년여가 지났지만, 국내에서는 중소·중견 기업 중 용인과 같은 레벨3급의 스마트 공장은 여전히 드물다. 일부 부분 요소를 디지털화해 관리하거나 전체 공정을 데이터화한 업체는 있지만,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품질을 개선하거나 예지 보전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이같은 성과에 따라 용인 사업장은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K-스마트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이날 만난 조현성 신성이엔지 용인사업장 공장장(이사)은 "용인 사업장은 FFU 생산라인 기준으로 80% 이상이 자동화가 돼 있으며, 현재 타 라인으로의 확대 적용을 위해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시점을 보고 있다"며 "스마트화에 따라 현재 생산 수준이 2016년 대비 210%까지 상승했다. 공정 불량률은 95% 감축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 이사는 "현재 생산관리시스템(MES)이 도입돼 불량이나 이슈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이같은 방식이 다품종 소량생산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특히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생산품 변화에 따라) 설비 변화에 대한 시간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단순 반복 작업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MES는 현장 설비 상태와 생산 실적을 모니터링하고 품질데이터를 분석해 불량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사후적으로 결과가 도출되는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과 달리 실시간으로 현황을 파악해, 제조 중 일어난 불량 문제나 생산성 등을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신성이엔지는 지난 2019년부터 MES를 도입해 용인 사업장의 고도화 작업에 나선 바 있다.
조 이사는 MES의 강점을 두고 생산에 대한 유연성을 조절할 수 있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통상 이러한 제품 제조는 작업자 숙련도나 작업 속도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짙으나 이를 통해 최대·최소 생산량에 대한 범위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는 고객사 수주의 핵심 경쟁력인 납기 대응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위기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자동화된 FFU 생산라인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FFU가 만들어지는 초반부부터 고객사에 출하되는 끝단까지 제조용 관절로봇 등이 활용되고 있어서다. 관절로봇이 FFU의 제조부터 덮개를 씌우는 조립, 포장 작업까지 투입돼 작업하고 라인 곳곳에 장착된 머신 비전이 검사해 정밀도를 높이는 식이다. 이후 작업자들이 참여하는 검사 라인에서 양품 확인이 끝나면, 자율주행로봇(AMR)에 차곡차곡 쌓여 출하된다.
아울러 공장은 제조에 필요한 전력 운용 방식도 효율화됐다.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로 구성된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이 공장을 뒷받침 중이다. 공장 부지 중앙에 설치된 태양광 시스템이 대낮동안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ESS가 충·방전해 전력을 충당하고 있다. 주로 새벽, 오전께 충전한 전력이 생산이 활발해지는 대낮이나 오후쯤 활용되는 식으로 이뤄진다. 나머지 전력은 한국전력 등에 판매된다.
용인 스마트팩토리는 창업주인 이완근 회장을 비롯한 신성이엔지 주요 경영진의 의지이자 성과로도 꼽힌다. 4차 산업 혁명으로의 전환과 함께 고령화·저출산 등이 미칠 영향을 미리 내다본 것이다. 인구 감소와 제조업에 대한 지속적인 기피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스마트 공장을 도입, 장기적으로도 살아남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같은 의지는 반도체 시장이 침체된 작년에도 보탬이 됐다. 반도체 불황에 따른 설비투자 중단, 납기 이연 등의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것이다. 특히 스마트팩토리에 쏟으며 확보한 노하우들은 솔루션·시스템 구축 업체인 신성이넥스 사업의 고도화, 태양광 및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신성이엔지의 다음 스텝은 반도체 시황 개선과 함께 찾아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높은 생산 유연성을 통해 다가올 대규모 수주를 맞이하는 한편, 인근 지역이라는 이점을 적극 활용해 납기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조 이사는 "내년 하반기 정도부터 관련 대응이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지리적 이점을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입주를 희망하거나 참여하는 기업을 통해 근접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조 이사는 "최근에는 생산 물량이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변동 폭이 큰 추세다. 과거에 비해 사이클 주기도 변동이 심한 상황"이라며 "현재 3년째 이어지는 침체기가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을 갖추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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