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반도체 공세' 수위 높인 트럼프…美 기업 회동에 쏠린 시선 [소부장반차장]

고성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함께 TSMC의 1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함께 TSMC의 1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 EPA=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법 폐기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며 국내 반도체 업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주 예정된 미국 빅테크와의 논의 결과에 따라 향방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드러날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반도체 및 IT 빅테크 기업인 인텔, 퀄컴, HP, IBM 등이 10일이나 11일(현지시간) 중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이들은 최근 이슈가 된 반도체법이나 관세 등에 대한 논의나 요청이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 폐기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차원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미국 반도체법은 전 정부인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미국 현지 반도체 투자 유치 정책 중 하나다. 동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 공급망을 자국으로 끌어당기는 대신, 투자 규모에 따라 일정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중국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까지 포함돼 있어, 자국 제조 인프라를 확대하는 한편 중국 견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받은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부임 이후 반도체법에 대한 폐기를 시사하면서 국내외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TSMC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대규모 보조금 지원을 명목으로 현지 투자를 결정했거나 집행하고 있어서다. 만약 보조금 수령이 무산될 경우 높은 현지 인건비에 설비투자 재원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위험성이 짙어질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에는 반도체법을 겨냥해 "수천억달러나 되는 돈낭비"라며 "그 회사들에 10센트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관세를 내지 않기 위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업체들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이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와 오하이오주, 오리건주 팹 투자에 대해 78억6500만달러 보조금을 합의했고, 마이크론도 61억5000만달러를 받기로 계약한 바 있어서다. 최근 인텔의 경우 파운드리사업 부진에 따른 실적 영향이 큰 만큼, 보조금 수령이 향후 사업 성과에 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관세 역시 미국 빅테크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 요소다. 만약 해외 주요국으로의 관세가 결정된다면, 이를 수입하는 기업들도 영향권 아래에 놓이게 된다. 특히 AI반도체나 서버용 제품에 대한 공급망이 대부분 대만에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공세 수위가 높아질수록 자국 기업의 실적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 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대규모 투자 결정에 따른 보조금 수령을 확정지은 만큼, 이번 회동에 따라 그 결과가 정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파운드리 공장과 관련해 47억45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최종 계약했고,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투자로 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C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합작사인 유리기판 제조사 앱솔릭스도 조지아주 공장 가동에 따라 7500만달러의 보조금을 수령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미국 기업들이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자국 기업 살리기에 집중돼 있는 만큼, 관련 예외조항을 추가해 해외국 압박과 자국 기업 지원을 동시에 진행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요건 자체가 강화되더라도 보조금 조항이 폐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집중되는 텍사스주나 인디애나주 등을 공화당이 집권하는 만큼, 공화당 내부에서 이에 대한 반발이 있을 수 있어서다. 현재 업계는 보조금 수령 요건 강화나 지원 규모 축소 등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 입장에서 당장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정책이 국내 기업에 불리하게 바뀐다면 투자 시점이나 규모 수정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