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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AI·반도체 국가투자론' 현실성 있나?…산업계 반응 살펴보니

배태용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엔비디아와 같은 AI·반도체 산업에 국가가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국민 펀드와 국부펀드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산업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AI·반도체 산업에서 정부 개입이 효과적인지, 현실성이 있는 방안인지가 쟁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민주연구원 유튜브 채널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인공지능(AI) 기업에 국부펀드와 국민 펀드가 공동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해당 기업이 엔비디아처럼 크게 성공하면 국민의 조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새롭게 등장하는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있다면 국민 지분을 30% 정도 확보해 70%는 민간이 소유하되, 국민도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국가 주도의 투자 방식이 신산업 육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부가 기업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방식이 최선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및 AI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칩스법'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연합(EU)의 '반도체법' 등은 반도체·AI 산업 발전을 위해 대규모 세금 감면 및 보조금 지급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특정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R&D(연구개발) 지원 및 제조 시설 유치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즉, 국가가 일정 수준의 투자를 하더라도 정부의 역할은 기업 지분을 직접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에서는 AI 및 반도체 산업은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인 데다, 상황에 따라 기술 경쟁력이 급변하는 만큼, 기업이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 엔비디아·TSMC 등 글로벌 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인프라 및 세제 지원을 받으면서도, 핵심 기술 개발과 경영 전략은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AI와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단순한 정부 개입보다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며 "정부가 직접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시장 개입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신산업 육성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특정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은 기업 의사결정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며 "R&D 지원과 세금 혜택을 통한 간접 지원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 국가가 AI 및 반도체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와 싱가포르 테마섹(Temasek) 등은 전략적으로 기술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다만 이들 국부펀드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기관으로, 국가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와는 다소 다르다.

다른 한 관계자는 "국부펀드가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는 있지만,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라며 "만약 한국이 이 같은 방식으로 투자한다면, 정치적 개입 없이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독립적인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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