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현장] 마트노조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 대주주 MBK가 책임져야”

왕진화 기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6일 오전 11시 MBK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에 대해 MBK가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6일 오전 11시 MBK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에 대해 MBK가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홈플러스 사태의 근본 원인에 대해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에 있다고 지목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차입한 금액이 홈플러스에 막대한 금융비용으로 돌아와 경영 상태가 극도로 열악해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은 절대 없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치권도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은 6일 오전 11시 MBK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에 대해 MBK가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4일,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은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와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결정했지만 홈플러스 신용등급은 하루만에 ‘A3-’에서 ‘D’로 급락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 현장은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홈플러스로 납품하던 업체가 납품을 중단하고 법인카드가 사용 중지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직원들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퇴직금까지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안수용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지금 현장에서는 회사가 언제 망할지, 폐점이나 정리해고로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직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협력업체들 또한 제2의 위메프 사태를 우려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국회와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도 짚어봐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회생소식에 엄청난 불안감 호소하는 마트노조…“MBK는 책임져라”=이날 마트노조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로 꼽았다.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차입한 금액은 홈플러스에 막대한 금융비용(차입금 이자 등)으로 돌아와 홈플러스의 경영 상태는 극도로 열악해졌다는 것이다.

마트노조 측은 MBK가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홈플러스 매장을 무차별적으로 매각했고 홈플러스 현장에서는 수천명의 직영직원이 감축돼 정상적인 점포운영이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특히 MBK가 인수한 이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계속해서 하락해왔으며 지난해 말에는 협력업체 대금지급이 늦어진다는 소식도 퍼지기 시작했다. 마트노조는 홈플러스 재무 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도 MBK는 아무런 자구 노력을 하지 않았고, 급작스럽게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지금까지 어떠한 대책도 내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마트노조는 홈플러스의 무분별한 점포 매각에 대해 계속해서 경고해왔으며 MBK가 책임지고 투자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폐점점포에 대해 재입점 약속을 받아내긴 했으나 이행된 점포는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광일 대표이사는 노동조합과의 대화도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마트노조 측 설명이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지난 10년간 기업의 경쟁력보다는 자본회수에만 혈안이었다”며 “저임금을 감내하고, 부족한 인력 속에서도 직원들의 희생으로 홈플러스를 흑자로 전환시켜 냈는데, 흑자 전환에 대한 MBK의 답이 회사를 파국으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냐”며 MBK에게 책임을 물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도 “일반적으로 회생을 신청한 기업들은 오너가 사재를 털어넣어서라도 소생시키려 하는데 MBK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며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노동자, 협력업체, 채권단 모두에게 피해를 주면서 정작 MBK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다”고 MBK를 비난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6일 오전 11시 MBK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에 대해 MBK가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6일 오전 11시 MBK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에 대해 MBK가 책임질 것을 촉구했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조정, 절대 없어야”=마트노조는 과거 대우조선해양(2017년)과 쌍용자동차(2009년) 사례에서 보듯,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고정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심각한 구조조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홈플러스에는 현재 2만명의 직영직원, 협력업체를 포함한 10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회생 과정에서 매장 폐점, 자산 매각, 대량 해고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만큼, 기업회생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구조조정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마트노조는 강조한다. 또한 MBK에 원인이 있는 만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BK가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강 위원장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홈플러스를 폐기처분하려 한다면 엄청난 파국이 될 것”이라며 “한국 최고 부자, 김병주 회장이 양심이 있다면 자산을 출원해서라도 책임을 다 하라”고 말했다.

또한, 앞서 서비스연맹과 마트노조는 투기자본 규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김 위원장은 “정치가 나서서 피해자가 더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우리의 공동체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며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와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리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30여년간 우리의 손으로 키워온 홈플러스, 우리의 삶의 터전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며 “MBK가 책임지고 홈플러스를 회생시키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마트노조는 기자회견 이후 MBK에 대한 항의방문을 진행하며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노력과 투쟁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지키자, 홈플러스”, “책임져라, MBK” 등의 구호를 외치며 MBK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MBK 측은 이에 대해 응하지 않았다.

한편, 홈플러스 측은 지난 5일 ‘홈플러스 팩트체크’ 입장문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MBK파트너스 투자 이후 한 번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019년 약 1만4200명의 무기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홈플러스 측은 “현장인력 고령화로 매년 500~600명의 정년 퇴직자가 발생하고 대형마트 업계 특성상 퇴사율과 이직률이 높아 직원 총 수는 감소했으나,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3사 중 가장 직원이 적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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