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은 불가능을 강요하지 않는다…플랫폼사 신뢰 구축 필요한 때"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올 1월, 서울행정법원은 메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및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2023년 2월부터 약 2년간 긴 싸움이 이어진 가운데, 법원이 판결을 통해 개인정보위 손을 들어준 것이다.
승소에 힘을 보탠 주역은 법무법인 민후다. 2011년 법률사무소로 시작해 2014년 법무법인으로 전환한 민후는 정보기술(IT)에 특화된 로펌으로 업계에 뿌리를 내렸다. 과거 네이트·싸이월드 해킹 손해배상 집단 소송부터 인터파크 개인정보 유출 소송에 이르기까지 승리 깃발을 연달아 꽂으며, 국내 개인정보 보호 법리를 바로 세우는 전문가로 우뚝 섰다.
민후는 개인정보위가 메타를 상대로 승소한 것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졌다고 평가한다. 플랫폼 기업이 단순 영리 목적을 넘어, 회원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신뢰를 어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취지다.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시작으로는, 거창하고 특별한 조치가 아닌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디지털데일리>를 만나 이번 승소가 던진 시사점에 대해 "법은 불가능을 강요하지 않는다"며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자문을 구하고 고민해야 영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고 밝혔다.
민후가 대리한 개인정보위는 2021년 2월부터 메타의 맞춤형 광고에 대한 개인정보 처리 실태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메타가 이용자 동의 없이 행태정보(온라인 활동 기록)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사실을 확인해, 이듬해 9월 과징금 308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메타는 개인정보 처리방침 등을 통해 수집 사실을 알렸고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2023년 2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행태정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회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최주선 파트너변호사는 "대다수 사업자들은 개인을 식별하기 어려운 행태정보를 활용하지만, 메타의 경우 회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한다는 부분에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먼저 문제 제기가 있었고, 한국에서도 동일한 이유로 처분 대상이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후는 메타가 회원들의 타사 행태정보를 활용하기 위한 동의 의무가 있고, 타사 행태정보를 수집하면서 동의 절차 없이 개인정보처리방침만을 고지해 이용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로 혼동을 줬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와 처리 방침은 엄격히 구분돼 있고, 작은 창에 글씨가 빼곡히 적힌 처리 방침을 꼼꼼히 읽는 회원도 많지 않다"며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픽셀 같은 용어가 담겨 있는데, 통상적인 수준의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라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후는 회원가입 절차에서 동의를 받는 것이 간단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회원가입 이후 로그인을 하게 되면 바로 식별자가 저장되고 생성된다"며 "이후 정보가 수집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입 당시 (동의를)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부 플랫폼 사업자들은 비용을 지불하면 정보 수집에서 자유롭고 광고 등을 보지 않아도 되는 구독형 유료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메타 또한 구독형 모델을 시사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업자들의 경우 비용을 지불하면 광고 등을 보지 않아도 되는 구독형 유료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메타는 유럽을 시작으로 제도 도입을 시사한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현수진 파트너변호사는 "(구독제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맞춤형 쿠키 수집 등에 대한 동의 규제가 엄격한 유럽에서 제도를 도입하면, 다른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메타는 이번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 절차를 진행 중이다. 민후는 1심에서 사실관계를 꼼꼼히 정리하고 넘어간 만큼, 법리적 판단이 남은 2심 결론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점인 만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은 규제가 많은 편이지만, 어떤 규제든 (이행이) 불가능한 건 없다"며 "비용과 노력이 들지만, 한번 해 놓으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리 목적을 넘어 사용자와의 신뢰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최 변호사는 "(플랫폼 기업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서비스 관점에서 이용자에게 소통을 많이 하지만, 신뢰 구축을 위한 소통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컴플라이언스를 바라볼 때 규제 관점이 아닌, 신뢰 구축을 위한 소통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플랫폼이라 하더라도 한국이 특수하게 규제가 센 곳이라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다른 나라에서 문제가 된 부분이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같은 수준에서 이용자 불편과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을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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