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법리스크 덜어낸 이재용 회장, 이제는 반도체 들여다 볼 때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햇수로 10년째 이어온 사법리스크의 짐을 덜어냈다. 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 법률 위반 등에 대한 항소심(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다. 지난 1심에 이어 다시금 무죄를 받은 만큼, 검찰이 상고하더라도 법률심인 3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의 큰 짐을 덜어내면서 본격적인 일선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른다. 현재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활가전, 모바일 등 전 영역에서 위기와 도전적인 환경을 맞이하고 있어, 총수의 발빠른 의사결정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현재 당면한 위기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적 불확실성과 중국의 강도 높은 IT 전방 산업·반도체 굴기다.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가성비에 기반한 스마트 가전과 AI스마트폰 제품군을 잇따라 내놓으며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고, 미국은 보편관세 적용 가능성을 높이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의 미국 역내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그 사이 반도체, 모바일 등의 주요 선두업체와는 기술, 점유율 양 측면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사업에 가해지는 위협은 그 어느때보다도 크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이 늦어지며 후발주자 입장이 됐고, 범용에서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등이 각각 D램과 낸드 양산에 성공하며 시장 내 공급 과잉 현상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 기업과 삼성 등 국내 기업 간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나, 저가·범용 D램의 과잉 공급으로 전체 D램 가격의 하향 평준화 등이 불가피한 셈이다.
시스템반도체는 사정이 이전보다 더 악화됐다. 설계 부문에서는 주력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제품 '엑시노스'가 기대만큼의 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고,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는 이 시장 1위인 TSMC와의 격차가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보다도 뼈 아픈 것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로 확실하게 강화하지 못했던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이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공급망 분화와 수출 구조 블록화로 기업들 간 동맹과 협력이 늘어났고,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반도체는 IT·전자제품의 핵심이자 AI 구현의 필수로서 중요성이 확대됐다. 그 사이 총수의 적극 개입이 없었던 삼성전자의 협력은 그간 쌓아 온 네트워크가 관성적으로 공진하는 상황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명실상부 국내 최대 반도체 기업이다. 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다소 밀려 있지만, 압도적인 메모리 생산능력과 함께 국내 최고의 CMOS이미지센서·AP 설계 및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가 곧 국가적 경쟁력의 손실인 점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지금에도 국내 반도체 업계의 미래를 좌우하는 '골든 타임'은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삼성전자 내부에서의 경쟁과 단기적 성과 도출이 아닌, 먼 미래를 향한 살을 깎아내는 투자가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이를 결정할 추진력을 갖춘 인물은 컨트롤타워도, 어디에선가 새롭게 등장할 최고경영자(CEO)도 아닌 기업의 총수 뿐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장 역사와 높았던 과거의 위상, 앞으로의 해결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다. 위기 상황 때마다 등장했던 결단과 리더십, 과감한 신경영 선언 등이 현재의 삼성을 만들어 온 것처럼, 이재용 회장 역시 그에 준하는 역할을 보여줘야한다는 의미에서 추임새처럼 나온 말이다.
반드시 선대 회장의 뜻을 따라 이행할 필요는 없다. 시대는 변했고 삼성 내부에도 미래의 주역이 될만한 잠룡같은 사업이 분명히 자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세심히 들여다보고, 부족하면 채우고 속도를 낼 줄 아는 관심과 결단이다. 사법리스크로 '잃어버린 10년'이라 평가받던 삼성의 과거가, 미래에는 어느 때보다 큰 도약을 위한 10년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IT서비스社 실적 가늠쇠 ‘IT투자’ 올해 전망은?…“믿을 건 AI뿐”
2025-02-28 07:00:00‘금융AI 활용 확대·사이버위협 대응 강화’… 금감원, 올해 디지털·IT 감독방향 핵심
2025-02-28 07:00:00[취재수첩] '성과·내부통제', 모두 잡겠다는 NH농협은행… 과욕 아닌가
2025-02-28 06:00:00카카오모빌리티, 외부 전문가 중심 '상생재단' 출범…왜?
2025-02-27 18:20:13[MWC25] 미리보기④ 지금부터 4년 뒤 뜰 기업은?…韓 혁신기업 주목
2025-02-27 18: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