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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마주한 두 '태풍'

강기훈 기자
ⓒ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요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는 용어가 분야를 막론하고 많이들 쓰인다. '심각한 위기'를 의미한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으로선 어찌보면 퍼펙트 스톰을 목전에 뒀다고 볼 수 있다. 마주하고 있는 위기가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심각한 내부통제에 따른 금융사고다. 지난 9일 기업은행은 업무상 배임 등으로 약 240억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현직 대출 담당자가 퇴직한 전직 기업은행 직원이 소유한 부동산 담보 가격을 부풀려 대출한 것이다. 심사 소홀이 아닌 공모에 해당할 가능성이 큰 만큼, 사안의 심각성이 적지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업은행의 한 지점장이 자신의 친인척에도 부당대출을 시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기업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내달 7일로 연장하기도 했다.

대출과정에서 담보 가치를 부풀리는 수법은 지난해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의 내부통제 사고에서도 드러났듯이 금융사고의 전형적인 형태로 손꼽힌다. 그 기저에는 실적 경쟁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교적 고용구조가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이처럼 시중은행과 같은 실적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 충격의 강도는 더 하다. 이는 은행 경영진을 넘어 기업은행의 대주주인 정부(기획재정부, 지분 59.5%)가 책임져야할 몫이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IBK기업은행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IBK기업은행

뿐만 아니다. 기업은행은 현재 노사갈등이라는 태풍 또한 마주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기업은행 창립이래 처음으로 단독 총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9일 대법원은 기업은행 전현직 직원들이 기업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 2심 판결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기본봉급의 600%를 일정 주기로 분할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이 사건 상여금은 재직 조건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노조가 최종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승소 확정 시 기업은행은 약 2270억원 가량의 임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가 '기획재정부의 승인 없이는 임금 조정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기업은행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는 기업은행도 공공기관이기에 총액인건비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즉,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임금을 올릴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요구는 무리라는 것.

올해 임기를 끝으로 퇴임하는 김성태 기업은행장 입장에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갈등은 기업은행 측이 유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순 없다. 태풍이 다가 오는데 방향타를 쥐고 있는 선장이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않나. 그 피해는 선장을 포함한 선원 모두가 입게 된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김 행장이 결국 위기 한복판에서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사고를 막기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하고 책무구조도를 되짚어봐야 한다. 또, 김 행장이 직접 정치권과 기재부를 만나 임금협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소통해야한다는 주문이다.

임기 마지막해, 김 행장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현될 것인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기업은행의 올해 밸류업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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