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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배민 간판 상품 ‘깃발꽂기’ 울트라콜, 10년 만에 종료하는 속내는

왕진화 기자
[ⓒ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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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배달의민족 입점 업주가 정액제 요금을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했었던 ‘울트라콜’이 지역별로 순차 종료된다. 지난 10여년간 배달의민족 간판 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왔던 울트라콜 종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배달의민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261만3799명으로 배달플랫폼 1위를 차지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18만명(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위 쿠팡이츠는 같은 기간 1001만6714명으로, 전월 대비 39만명(4.05%) 증가하며 이용자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신임 대표 아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본격적인 1위 수성전에 나섰다. 같은 가게의 반복적인 앱 노출을 없애 고객 편의성을 강화하고, ‘음식배달’, ‘가게배달’ 등 2개의 탭으로 나뉜 이용 경로를 음식배달 탭 하나로 통합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입점 점주와 고객 모두를 위해, 울트라콜 순차 종료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배민이 앞서 지난달 31일 지역별 순차 종료하겠다고 한 울트라콜은 일명 ‘깃발꽂기’로, 월 최소 8만원(부가세 별도)을 내면 업주가 원하는 특정 지역 고객들에게 자신의 가게를 노출시키고 음식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액 광고 상품이다.

그러나 울트라콜 순차 종료 발표 직후, 일각에서는 배민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울트라콜을 없애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다만 이와는 반대로, 주문 수와 관계없이 대다수의 업주로부터 고정비를 거둘 수 있는 광고상품을 종료하는 것은 오히려 업체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7일 서울 강남구 우아한청년들 자회사 '딜리버리N'에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주차되어 있다. 2023.5.27 [ⓒ연합뉴스]
27일 서울 강남구 우아한청년들 자회사 '딜리버리N'에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주차되어 있다. 2023.5.27 [ⓒ연합뉴스]

배민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데에는 울트라콜이 갖는 여러 문제와 논란에 비해 서비스 경쟁력 측면에서도 더 이상 효용을 갖기 힘들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울트라콜은 ‘깃발꽂기’로 대표되는 출혈경쟁 및 양극화 문제로 논란, 국정감사(국감) 등에서도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었다.

자본력 있는 일부 가게가 넓은 범위 내에 여러 개의 깃발을 꽂아 앱 노출 기회를 독차지할 수 있는 상품 구조 때문이다. 그간 온라인 외식업주 커뮤니티에선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근처에 깃발을 몇십 개 꽂아 놓으면 깃발 두세 개로는 노출이 잘 되지도 않는데, 주문이 얼마 들어오든 일단 노출이 돼야 하니 고정비가 한 달에 몇십만원 나가곤 한다” 등의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특정 지역 내 밀집된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한 곳에서 과도하게 깃발을 꽂을 경우 다른 가맹점도 따라 꽂지 않으면 주문을 받지 못하게 돼 과열경쟁을 유도한다는 문제제기가 지속돼 왔다.

이는 국감에서도 여러 차례 거론될 정도로 단골 소재였다.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국감에서 당시 정우택 의원(자유한국당)이 ‘경쟁포화상태로 인한 중복지역 비용 부담’을 지적한 데 이어, 지난 2023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감에선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깃발을 3~4개 꽂으면 광고료만 한 달에 30만원인데, 깃발을 안 꽂으면 광고 노출이 떨어지니 업체끼리 무리한 경쟁을 하는 구조”라고 질타했었다.

해당 의원은 지난해 산자위 국감에서도 동일한 문제를 지적했다. 서비스 폐지를 요구한데 대해 피터 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전 임시 대표는 “지난해 지적을 받고 여러가지 개선안을 검토해왔다”면서 “특히 울트라콜 상품과 관련해 면밀한 검토를 진행 중이며, 검토 후 조치를 하고 보고하겠다”고 서비스 종료를 시사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 제기와 별개로 울트라콜 종료에 따른 업주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이유는 무엇일까. 울트라콜은 주문 수와 관계없이 정액 금액만 내면 되는 상품이었던 만큼, 해당 상품이 종료되면 가맹점 여러 개를 운영하는 기업형 가맹점주, 주문 및 매출 상위 업주 등은 주문에 따른 수수료 부담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깃발꽂기를 활용해 지역 내 가게배달 강자로 통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대다수 업주들 사이에서 이미 울트라콜 상품이 ‘계륵’과 같이 인식되고 있는 점이 배민의 이번 상품 종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쿠팡의 배달앱 진출(쿠팡이츠) 이후 ‘자체배달’ 위주로 배달 시장이 개편되면서 고정비가 나가는 정액제 가게배달 상품인 울트라콜의 광고 효과 자체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온라인 외식업주 커뮤니티 등에는 “어차피 요즘은 가게배달 광고 효과도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깃발(울트라콜)에 배달대행수수료 고정비 지출까지 하려니 너무 비효율적이다”, “최근 1-2년새 배민1 주문이 늘어나면서 울트라콜 광고효율은 이전보다 못한 것 같은데, 막상 깃발을 빼는 것은 경쟁상황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중개수수료도 내고 광고비도 내는 상황이라 심리적 부담이 크다” 등의 반응이 나왔었다.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울트라콜 의존도가 큰 업주는 4년 전 대비 약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상품으로서의 효용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고정비용을 부담하면서 울트라콜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에서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울트라콜 종료 발표 이후엔 “울트라콜 효과가 거의 없어 빼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없어진다니 오히려 잘됐다”, “울트라콜 자체가 없어지면 깃발 경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했던 고정비가 사라지니,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배민1 마케팅에 더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미 현재 배달앱 시장에서도 정액제 상품은 배민의 울트라콜이 유일한 상황이었다. 쿠팡이츠는 처음부터 100% 한집배달·무료배달(OD) 모델로 시작하면서 정률제 단일 상품을 적용했었다. 요기요는 지난 2023년 4월 “음식점들의 정액제 수요가 너무 낮아 운영 중단·폐지를 정했다”며 정액제 상품을 폐지했다.

무엇보다 동일 가게 중복노출 문제로 인한 고객 및 업주 모두의 불편, 비효율 문제 역시 배민의 복잡한 상품 및 서비스 구조로 인한 고질병으로 거론돼 왔다. 고객 입장에서는 같은 가게가 배민배달 가게, 가게배달-오픈리스트 가게, 가게배달-울트라콜 가게(N개) 등으로 여러 개 노출되고 리뷰, 메뉴 구성 등도 다 달라 헷갈린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었다.

업주는 업주대로 이로 인한 고객 불만 및 문의에 대응해야 하고, 업주 자체적으로도 다 다른 가게처럼 시스템 상에서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존재했다. 배민의 이번 서비스 개편 핵심인 가게통합 역시 노출 수를 기반으로 한 광고상품인 울트라콜 종료로 가능해진다고 볼 수 있다. 고객은 한 가게에서 주문 방식만 배민배달, 가게배달 중 선택하면 되도록 변경되기 때문이다.

배민 측은 “경쟁 상황 등으로 배달앱 시장 자체가 자체배달, 주문수 기반의 정률제 위주로 개편되면서 노출수 기반의 가게배달 광고인 울트라콜 상품의 경쟁력과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면서 “업주와 고객 모두의 비효율과 불편을 개선하고,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민앱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 개편과 함께 울트라콜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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