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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28㎓, 실증부터?…수요 찾기 미지수 [IT클로즈업]

채성오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정부가 5G 28㎓ 주파수 대역 활용방안에 대해 실증을 통한 유즈케이스(Use case ·활용 사례) 찾기에 나섰다. 기존 지하철에 구축된 장비를 활용해 와이파이 서비스를 진행하는 한편 이음 5G 주파수를 할당하는 방안을 구상중이지만, 사실상 사업자와의 협의나 신청 수요가 있어야만 진행할 수 있어 실제 주파수 활용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28㎓ 주파수 대역 활용 방안에 대한 실증 단계를 밟고 있다. 지난해 7월 주파수 할당법인 선정을 통한 제4 이동통신 출범이 취소되면서 28㎓ 주파수 대역에 대한 활용 방안을 원점에서 검토한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와의 협의를 통한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와 '5G 특화망(이음 5G) 주파수 할당' 등의 방법으로 실증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2025년 업무계획'을 통해 28㎓ 기반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건은 통신 3사와의 협의다. 앞서 지난 2023년에도 5G 28㎓ 주파수를 활용한 지하철 와이파이 백홀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으나, 할당구축 의무를 지키지 못한 이유로 통신사들이 할당취소 처분을 받아 관련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시 서울 지하철 일부 구간에서 진행했던 초고속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 사업이 중단됐는데, 약 2년여 만에 재개하게 된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회수된 주파수를 재할당하긴 어려운 만큼 해당 주파수 대역을 공공용 주파수로 지정해 서비스를 빠른 시간 내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하철 선로에 구축한 1500여개 무선국과 무선접속장치(AP)를 활용하기 때문에 통신사도 막대한 할당대가 대신 전파사용료만 납부하면 되는 조건이다. 현재 과기정통부도 관련 전파사용료를 일부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무선국 장비 수를 기준으로 매기는 전파사용료 및 유지·보수에 투입되는 자금 등이 변수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연말연초를 거치다보니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기업도 있었고 이에 따라 협의가 다소 길어졌으나 통신사와는 꾸준히 논의 중"이라며 "장담하긴 어렵지만 국민들께 도움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통신사와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음5G 사업도 수요 확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음5G에 대한 기업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전자민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이음5G 주파수할당 신청' 제도를 마련했다. 이음5G 주파수를 원하는 기업이라면 온라인을 통해서도 관련 서류를 접수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신규사업자가 가용 주파수 내에서 원하는 주파수대역 할당 공고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28㎓ 주파수 활용을 다각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1분기 내 관련 세부안을 마련하고 공청회를 열어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업계 일각에선 회절성(전파가 장애물을 뚫고 통과하는 능력)이 약하고 커버리지가 짧은 28㎓ 주파수가 광범위한 개인 소비자(B2C) 사업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만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증 사례 발굴이 다각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과기정통부가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와 이음5G를 실증 사례로 보고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지만, 사업성 및 효용성 측면에선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에서도 28㎓ 주파수 대역에 대한 활용 및 성공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실증 사례 발굴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지난해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가 3.7㎓와 4.5㎓ 대역을 28㎓와 결합해 5G 네트워크에서 최대 6.6Gbps의 속도를 내는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구현할 단말기가 부족해 대중화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해졌다.

남영준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나 이음5G 활용은 28㎓ 주파수에 대한 효용이나 시장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하나의 실증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통신사와의 지속적인 협의와 이음5G 생태계 확대는 물론 시장에서 관련 수요가 새로 발생할 경우 언제든 지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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