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박대리보고서] 美 리스크·캐즘 '이중고' 대응 나선 K-배터리…3사 합병 마무리한 SK온

고성현 기자

배터리⋅소재 관련 정책 동향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한 주 동안 열심히 달린 <소부장박대리>가 지난 이슈의 의미를 되새기고 차주의 새로운 동향을 연결해 보고자 독자들을 위해 주간 보고서를 올립니다. <박대리보고서>를 통해 한 주를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얼티엄셀즈 3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얼티엄셀즈 3공장 전경 [ⓒ얼티엄셀즈]

투자비 절감 나선 K-배터리 3사, 기존 라인 활용도 'UP'

국내 배터리 업계가 불확실성이 높아진 대내외 환경변수 대응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라인 효율화에 나선다. 올해 투자키로 했던 라인의 우선순위를 정해 불필요한 자본적지출(CAPEX)을 낮추는 한편, 신규 수주를 기존 라인으로 대응해 떨어진 가동률을 높일 방침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시간주 랜싱시에 위치한 얼티엄셀즈(UC) 3공장 북(北)동에 대한 설비 반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은 지난해 전기차 캐즘 지속에 따라 건설이 일시 중단된 바 있으나, 최근 들어 남동·북동으로 구성된 라인에 장비 반입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UC 3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합작한 얼티엄셀즈의 배터리 공장이다. 당초 GM으로 향할 파우치 셀 배터리 공급을 위해 설립됐으나 전기차 캐즘에 따른 여파가 커지며 건설이 일시중단됐다. 그러던 작년 말 LG에너지솔루션이 관련 자산을 인수하고, 도요타 등 외부 고객사로의 판매를 추진하면서 다시금 속도가 나고 있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관련 자산을 인수하는 이유는 효율적인 고객 수주 대응을 위해서다.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은 도요타의 물량 대응을 위해미시간주 홀랜드의 위치한 단독 공장을 증설하는 방향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실적 하락에 따라 당장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게 되자, 보다 효율적인 라인 구성을 위해 GM으로부터 UC 3공장을 인수하는 안으로 선회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UC 3공장을 인수할 경우 얻는 이득이 매우 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규 증설이 필요한 홀랜드 공장 대비 인수 비용이 저렴한 데다, GM으로 향하는 수요가 크게 꺾인 만큼 신규 투자 없이 일정량의 가동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지난 24일 열린 2024년도 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도 UC 3공장의 추가 활용 가능성 등이 언급됐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당초 ESS 생산라인을 애리조나에 증설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기존 기지의 유휴 라인에서 우선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환했고, 북미 현지 ESS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자 LFP 현지 생산 계획을 올해 상반기로 앞당겼다"고 전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내에서 합작법인(JV)을 제외한 자체 투자 진행을 낮춘 점을 고려하면, UC 3공장에 ESS 라인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충북 오창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 외경 모습. [ⓒ에코프로비엠]
충북 오창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 외경 모습. [ⓒ에코프로비엠]

메탈가 하락⋅IRA 불확실성…이중고 대응 나서는 K-양극재

K-양극재 업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메탈가 하락으로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박까지 더해지며 업계는 생존을 위한 원가 절감과 구조 조정 등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의 핵심을 좌우하는 소재로, 니켈, 리튬, 코발트 등 고가의 금속을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 메탈가 하락으로 고객사들이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양극재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메탈가와 연동된 양극재 계약 구조 탓에, 양극재 기업들은 메탈 가격 하락 시 재고 평가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 연간 실적에서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IRA는 양극재 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IRA를 통해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또는 동맹국 내에서 채굴 및 가공된 광물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극재 기업들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지만, 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어서 추가적인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양극재 기업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원가 절감 전략과 신사업 개발에 나섰다. 에코프로는 이동채 전 회장의 지휘 아래 원가 절감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동채 전 회장은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과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비핵심 공정을 아웃소싱하고 제조 공정을 효율화할 것을 지시했다. 포장, 물류 관리, 품질 검사 등 직접적인 기술과 연관성이 낮은 공정을 외부에 맡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SK온 서산공장 [ⓒSK온]
SK온 서산공장 [ⓒSK온]

SK온, 3사 합병 마무리…배터리·트레이딩 사업 시너지 본격화

SK온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과의 합병을 마무리하며 '글로벌 배터리&트레이딩 기업'으로 본격적인 도약에 나섰다. 원소재 조달 역량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해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트레이딩 사업 확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SK온은 1일 SK엔텀과의 합병 절차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발표한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3사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합병 법인의 이름은 그대로 'SK온'으로 유지된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11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합병을 완료했다. 합병 이후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SK온 트레이딩 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변경하고, SK온 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SK엔텀은 'SK온 트레이딩 인터내셔널'의 터미널 사업부로 편입되며, 국내 최대 사업용 탱크 터미널의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SK온은 이번 합병을 통해 원소재 조달 역량을 강화하고, 가격 변동성 및 거래 리스크 관리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온 트레이딩 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트레이딩 노하우를 활용해 배터리 원소재 구매 비용을 절감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SK온 트레이딩 인터내셔널의 협력사들이 배터리 원소재 사업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 이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기존 석유 중심의 트레이딩 구조에서 벗어나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광물·소재 트레이딩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합병 효과 중 하나로 꼽힌다.

합병 후 SK온의 재무 구조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합병 전 13조원(2023년 기준)이던 SK온의 매출은 합병 후 62조원으로 증가했으며, 자산 규모도 40조원으로 확대됐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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