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메탈가 하락⋅IRA 불확실성…이중고 대응 나서는 K-양극재 [소부장박대리]

배태용 기자
충북 오창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 외경 모습. [ⓒ에코프로비엠]
충북 오창에 위치한 에코프로비엠 외경 모습. [ⓒ에코프로비엠]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K-양극재 업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메탈가 하락으로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박까지 더해지며 업계는 생존을 위한 원가 절감과 구조 조정 등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의 핵심을 좌우하는 소재로, 니켈, 리튬, 코발트 등 고가의 금속을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 메탈가 하락으로 고객사들이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양극재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메탈가와 연동된 양극재 계약 구조 탓에, 양극재 기업들은 메탈 가격 하락 시 재고 평가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 연간 실적에서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IRA는 양극재 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IRA를 통해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또는 동맹국 내에서 채굴 및 가공된 광물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극재 기업들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지만, 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어서 추가적인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양극재 기업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원가 절감 전략과 신사업 개발에 나섰다. 에코프로는 이동채 전 회장의 지휘 아래 원가 절감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 [ⓒ포스코퓨처엠]

이동채 전 회장은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과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비핵심 공정을 아웃소싱하고 제조 공정을 효율화할 것을 지시했다. 포장, 물류 관리, 품질 검사 등 직접적인 기술과 연관성이 낮은 공정을 외부에 맡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또한, 소성로 도가니의 국산화를 추진해 원가 절감에 나섰다. 기존에 중국산 도가니를 사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내구성을 3배 이상 높인 장수명 도가니를 자체 개발해 사용함으로써 도가니 관련 비용을 절반 가까이 절감할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은 구미 공장의 매각과 함께 전구체 합작법인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의 지분 취득 일정을 연기하며,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회사는 하이니켈 양극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러한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엘앤에프는 혁신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와 시장 입지 강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2026년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으며, 기존의 NCMA95 양극재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생산 효율성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엘앤에프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재 투자와 기술 혁신에도 집중하고 있다.

양극재 업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메탈가의 회복과 IRA 정책의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탈가 변동성과 IRA로 인한 비용 상승은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새로운 공급망 구축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