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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aaS 도약]① AI가 바꾸는 SaaS 지형…한국은 아직 ‘구축형’ 고집

이안나 기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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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AI 에이전트 등장으로 SaaS 본질이 변화할 것입니다. 기존 SaaS는 결국 비즈니스 로직이 담긴 데이터베이스에 불과했지만, 이제 AI 에이전트가 이러한 비즈니스 로직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최근 던진 화두다. 글로벌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시장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등장으로 격변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년간 기업용 소프트웨어 패러다임을 형성해 온 SaaS가 AI 시대를 맞아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셈이다.

나델라 MS CEO 발언대로 AI는 SaaS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기존 SaaS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데이터를 처리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직원이 고객 정보를 입력하면 미리 프로그래밍된 방식으로 이를 관리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식이다. 그러나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이러한 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이제는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더 나아가 이메일 작성, 고객 응대, 일정 조율 등 실제 업무까지 수행한다. SaaS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도구에서 자율적인 비즈니스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국내 시장은 여전히 기본적인 클라우드 전환 단계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트렌드와의 격차가 우려된다.

◆ AI가 바꾼 SaaS 패러다임...‘도구’ 아닌 ‘서비스’ 제공=AI 에이전트 등장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개별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공하는 종합적인 비즈니스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 영역에서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응답 자동화를 넘어 고객 맥락을 이해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영업 분야에서는 잠재 고객 발굴부터 상담, 계약까지 전 과정을 AI가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영업·마케팅 인건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연간 1조1000억달러(약 1605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AI 기반 서비스로의 전환은 기존 SaaS 시장을 뛰어넘는 거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SaaS 기업들 전략 수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세일즈포스다. 전통적 SaaS 기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 기업은 최근 ‘드림포스 2024’ 행사에서 자율형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포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에이전트포스는 기업들이 기술적 전문성 없이도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판매, 마케팅,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업무 영역에서 AI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업무를 처리한다. 특히 여러 플랫폼에서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데이터 보안을 철저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 받고 있다.

이는 SaaS 시장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는 변화다. 기존 세일즈포스는 연간 350억달러 매출(약 51조원)을 올리는 성공적인 기업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직원이 데이터를 입력하면 이를 관리하고 업무 흐름을 최적화하는 ‘도구’ 제공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 도입으로 고객 접점 전반에서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면서 시장 크기와 가능성이 대폭 확장되고 있다.

◆ SaaS기업은 많아졌지만...국내는 아직 ‘클라우드 전환’ 단계=그러나 국내 시장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한국IDC에 따르면 2022년 국내 SaaS 시장 규모는 1조7843억원에 불과하며, 2026년에도 3조614억원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2025년 약 231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구축형 솔루션이 시장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원격솔루션 업체 알서포트 사례가 한국 시장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SaaS 솔루션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일찍이 일본 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리모트콜·리모트뷰 등 주력제품 일본 매출을 살펴보면 SaaS형과 구축형 비중이 8대2를 보인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선 정확히 정반대다. 국내 매출에선 구축형이 80%를 차지하고 SaaS형은 20%에 그친다.

알서포트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자체 환경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을 선호한다”며 “이러한 시장 수요에 맞춰 구축형 솔루션을 제공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국내에선 구축형 매출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기업들의 보수적인 IT 투자 성향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대기업 중심으로 초기 구축 비용이 높더라도 시스템을 직접 소유하고 통제하기를 선호한다. 클라우드 보안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금융·의료 등 규제가 엄격한 산업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물론 변화의 속도가 더딘 만큼 기회도 존재한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SaaS 기업 수는 2021년 1102개에서 2022년 1571개로 급증했으며, 정부도 2026년까지 SaaS 기업을 1만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기업들 비용 절감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AI 기반 SaaS는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AI 시대에 대비한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 기술력 확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의료·교육 등 분야에서 차별화된 AI SaaS 솔루션을 개발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 기업 대다수가 비용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초기비용이 낮은 SaaS 솔루션 도입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AI 에이전트 기반 SaaS로의 전환은 단기적 비용절감을 넘어 기업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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