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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위기’ 이오플로우, 美 특허도 뺏긴다…글로벌 영구 금지명령

황대영 기자
[ⓒ이오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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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황대영 기자]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기업 이오플로우(EOFlow)가 생존 기로에 섰다. 미국 의료기기社 인슐렛(Insulet Corporation)과 소송전에서 완패하며 수천억원대 배상금 부담을 떠안게 된 데 이어, 글로벌 영구금지 명령으로 미국 특허까지 인슐렛에 양도해야하면서 사업 지속성마저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오플로우는 최근 한국거래소로부터 1년간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며 가까스로 상장폐지 위기를 피했지만, 재무 구조 악화, 소송 리스크, 투자자 신뢰 붕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주력 매출원인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관련 생산·판매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향후 개선 가능성도 희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美 법원, 글로벌 영구 금지명령…해외 사업 사실상 ‘붕괴’

미국 메사추세츠 지방법원이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제기한 글로벌 영구 금지명령을 인용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지방법원]
미국 메사추세츠 지방법원이 인슐렛이 이오플로우를 상대로 제기한 글로벌 영구 금지명령을 인용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지방법원]

미국 메사추세츠주(州) 지방법원은 현지시간 24일 인슐렛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오플로우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이오플로우 및 그 계열사에 대해 글로벌 영구 금지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인슐렛의 ▲옴니포드(Omnipod) 설계 파일 ▲소프트 캐뉼라 기술 ▲폐색 감지 알고리즘(ODA) ▲설계 이력 파일(Eros DHF) 등을 보호받아야 할 영업비밀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오플로우는 해당 기술을 이용한 제품 개발, 생산, 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하며, 제3자에게의 정보 제공도 금지됐다.

다만 한국과 유럽연합(EU)의 기존 사용자에 대해선 2026년 10월24일까지 한시적으로 제품 공급이 허용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존 사용자 대상 유지·보수용 공급만 가능하고, 신규 마케팅·판매가 금지된다. 또 유럽에서도 지난 2023년 10월6일 기준 제품을 사용하는 환자에 한해 공급이 가능하며, 신규 고객 유치가 금지된다. 사실상 이오플로우의 해외 시장은 ‘완전 봉쇄’된 셈이다.

특허도 60일 이내 양도…인슐렛 감사권 부여

미국 메사추세츠 지방법원이 현지시간 24일 이오플로우의 특허를 인슐렛에 60일 이내 양도하라고 명령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지방법원]
미국 메사추세츠 지방법원이 현지시간 24일 이오플로우의 특허를 인슐렛에 60일 이내 양도하라고 명령했다. [ⓒ미국 메사추세츠 지방법원]

이오플로우는 미국 내에서 출원한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관련 특허 출원권(US 2023/0248902A1 포함)을 인슐렛에 60일 이내 양도해야 하며, 메드트로닉(Medtronic)과 해지로 발생한 계약 해지금에 대해서는 인슐렛의 신탁관리인에게 보관 후 향후 지급해야 한다.

또한 법원은 이오플로우 측에 전문 전자증거조사 업체를 고용해 인슐렛의 영업비밀을 포함한 모든 파일을 식별·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생선된 백업본은 별도 보관되며, 예외적으로 공급이 허용된 한국 및 유럽 환자 대상 서비스를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인슐렛은 연 2회까지 독립 감사인을 통해 삭제 및 격리 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법원은 이오플로우가 영업비밀을 이전에 공유한 제3자가 있을 경우, 7일 이내에 금지명령 및 최종판결을 서면으로 통지하고, 정보 폐기 또는 미사용 서약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이행 여부는 14일 이내에 인슐렛 측에 증빙을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법원은 “본 명령의 모든 해석 및 수정, 집행 관련 분쟁은 본 법원이 지속적으로 관할한다”고 명시했다.

이오플로우, 손해배상금만 6630억원…완전 자본잠식 불가피

앞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이오플로우가 인슐렛에 대해 4억5200만달러(약 6630억원)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이오플로우의 연간 매출(약 50억원)의 130배, 자산총계(약 576억원)의 12배를 초과하는 규모다. 판결이 확정되면 이오플로우는 재무제표상 순자산이 마이너스로 전환돼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다.

이오플로우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퇴출 위기에 빠졌다. 지난달 21일 2024 사업연도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에서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하면서다. 이오플로우의 감사인 한울회계법인은 의견거절 사유로 “감사범위 제한 및 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성”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는 상장폐지 사유로 보고 이오플로우에 대해 주권매매정지 조치했다.

또한 이오플로우는 현재 재무 상황이 개선 의지가 무색할 정도로 심각하다. 영업손실은 2022년 343억원, 2023년 394억원, 2024년 610억원으로 그 규모가 커졌다. 또 자본은 2022년말 987억원에서 지난해말 54억5700만원으로 줄었다.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했던 전환사채(CB)마저도 잔액이 10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고갈됐다.

매각 가능성 흘린 김재진 대표…시장에선 ‘글쎄’

궁지에 몰린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경영권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재진 대표는 감사의견 거절 후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 투자 유치 과정에서 대주주 변경을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경영권 포기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 이오플로우는 이미 구조조정을 통해 운영비를 절감하고, 일부 자산 매각 절차에 돌입하며 자구책 마련에 골몰 중이다.

이오플로우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관련 이의신청서를 지난 3월28일 제출하고, 개선기간을 2026년 4월10일까지 부여받았다. 개선기간 중에는 매매거래 정지 상태가 유지된다. 이오플로우가 이 기간 내 소송 리스크를 덜어내고 안정적인 재무 상태로 복귀할 경우 주식 거래가 재개된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이오플로우의 개선기간 부여를 ‘사실상 연명’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1년에 불과한 개선기간이 끝나 상장폐지를 면한다 해도,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결국 ‘한계기업’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모펀드(PEF) 매각, 구조조정, 사업 분할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오플로우를 고가에 인수할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대영 기자
hd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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