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사장단인사] ② 메모리 '대표 직할' 체제 꾸린 전영현…파운드리 맡은 한진만·남석우 협업 시너지 '방점'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주요 사장단을 전격 교체하며 인적 쇄신에 나섰다. 최근 지펴진 반도체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해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에 메모리 중심 사업을 맡기는 한편, 높은 내부 평가를 받아온 한진만, 남석우 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를 담당하는 이원화 구조를 꾸린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집중하던 메모리 중심·파운드리 연계 시너지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7일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12월 초에 이뤄지던 사장단 인사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주일 앞당겨 시행한 쇄신 성격의 인사다. DS부문장을 맡아오던 전영현 부회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직까지 겸임하게 되면서 한종희·경계현 체제에 이은 투톱 체제를 다시 한번 구축하게 됐다.
◆전영현 부회장 전면 배치…내부 인사 중심 쇄신 단행
이번 인사로 전영현 부회장은 DS부문장과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한편, 메모리사업부장과 SAIT 원장직까지 함께 맡게 됐다. 성장 동력이 떨어진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산하에 두고 연구소의 사업부 전진배치까지 겸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는 평가다.
전 부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삼성SDI 대표 역할을 수행했다. 올해부터는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돼 삼성전자/전자관계사의 미래먹거리 발굴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지난 5월 DS부문장으로 다시 직을 옮겨 삼성 반도체 사업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부는 차세대 공정 기반 D램 설계 이슈,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이탈 및 대내외적 불확실성 증폭에 따라 올해 위기론에 휩싸여왔다. 업계·재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의 동력 저하의 배경으로 사업지원T/F와의 소통 오류, 성과에 매몰된 부서이기주의 등 내부적 문제가 곪아터졌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이를 의식하듯 전 부회장은 5월 DS부문장 부임 이후부터 조직문화와 조직개편을 위한 발언을 지속하며 쇄신에 집중해왔다.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목표 아래 새로운 조직문화인 코어(C.O.R.E) 워크를 조성해 리더·부서 간 소통의 벽을 없애고, 치열한 현장 중심 토론 문화를 재건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는 한편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온 연구소를 사업부로 전진배치해 차세대 기술의 사업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전략을 물밑으로 진행해 온 바 있다.
이번 인사 단행으로 전영현 부회장이 대표·메모리사업부장·SAIT원장을 모두 겸하며 반도체 사업부 전체를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의 핵심인 메모리사업부의 위상을 우선적으로 복권하고, 삼성 특유의 '초격차'를 살리기 위해 각 부서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파운드리 맡은 한진만·남석우 사장…메모리와 융복합 시너지 낸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사장으로 승진하게 된 한진만 DS부문 DSA총괄 부사장과 남석우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이 이끌게 됐다. HBM과 인공지능(AI)가속기 등 AI 인프라가 반도체 사업의 주력이 된 만큼, 이에 대한 시너지를 어떻게 내느냐가 이들의 숙원과제가 될 전망이다.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맡게 된 한진만 사장은 DRAM/Flash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말 DSA총괄로 부임해 현재까지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한 사장은 내부적으로 기술전문성과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했고 글로벌 고객대응 경험이 풍부해 공정기술 혁신과 더불어 핵심 고객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현재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파운드리사업부 CTO로 직을 옮긴 남석우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로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했고,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DS부문 제조&기술담당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선단공정 기술확보와 제조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남 사장이 반도체 공정 전문성과 풍부한 제조경험 등 다년간 축적한 기술리더십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기술력 제고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중심 경력을 쌓아 온 두 사장이 파운드리사업부를 맡게 되면서 메모리사업부와 어떤 시너지를 낼 지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로직반도체 역량을 모두 갖춘 기업인 만큼, 주요 경쟁사와의 시장 선점에서 승리하려면 이들 간 협업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포럼 등에서 AI칩 일괄 수주(Turn-key) 역량을 강조한 것도 반도체 칩 설계-메모리-생산-패키징에 이르는 전 영역을 모두 아우르고 있는 강점을 꼽은 것이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사업지원T/F의 인사를 신설한 DS부문 경영전략담당에 전진배치한 것 역시 반도체 사업의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김용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그를 DS부문 경영전략담당으로 임명했다. 김 사장은 반도체 기획/재무업무를 거쳐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단팀 등을 경험한 전략기획 전문가로, 2020년 의료기기사업부장에 보임돼 비즈니스를 안정화 궤도에 올린 후 올해 5월 사업지원T/F으로 이동해 반도체 지원담당으로 기여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 및 조직 분위기 일신을 위해 Foundry사업부에 사장급 CTO 보직과 DS부문 직속의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신설했다"며 "글로벌 리더십과 우수한 경영역량이 입증된 시니어 사장들에게 브랜드/소비자경험 혁신 등의 도전과제를 부여해 회사의 중장기 가치 제고에 주력하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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