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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2025] "이재명 리복, 김문수 뉴발, 이준석 시계"…대선판에 뜬 '패션 정치학' 살펴보니

최규리 기자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2025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유세장에 등장한 후보들의 복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어떤 구호를 외쳤는가보다 어떤 옷과 신발을 선택했는지가 더 큰 반응을 낳고 있다. 운동화, 점퍼, 시계 같은 일상적인 아이템에 메시지를 실은 후보들은 '굿즈'를 통해 유권자와의 감정적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이른바 '패션의 정치학'이 작동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출정식 현장에서 정장을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파란 점퍼에 파랑과 빨강이 섞인 스니커즈, 그리고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구호 스티커가 붙은 운동화였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랑과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강이 뒤섞인 이 디자인은 정치적 통합을 의식한 상징으로 읽힌다.

이 후보가 신은 '리복 클래식 레더 GY1522' 모델은 유세 직후 공식몰에서 전량 품절됐다.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에서도 빠르게 품귀 현상이 이어졌고, 3만원대 할인 판매되던 제품은 일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10배 이상 치솟아 30만원대까지 비싸게 팔렸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캠프도 MZ세대와의 접점을 노렸다. 90년생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데 이어, 유세 현장에서 신은 '뉴발란스 530 스틸그레이' 모델이 주목을 받았다. 뉴트로 감성과 편안한 착화감으로 MZ세대에게 '국민 운동화'로 불리는 제품이다.

전통적 지지 기반이 5060 세대에 집중된 보수 캠프에서 젊은 유권자층을 겨냥해 택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복장도 전형적 정치인 이미지와는 달랐다. 포멀한 수트 대신 스니커즈를 신은 행보는 '새로운 보수'라는 메시지를 입은 상징이었다.

두 후보의 가볍고 실용적인 운동화 한 켤레에는 청년층과 공감하려는 의도와 패션으로 태도를 드러내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달릴 준비가 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또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장 차림을 고수하면서도, 셔츠 소매를 걷고 넥타이는 하지 않는 일관된 스타일을 유지했다. 특히 시선을 끈 것은 손목에 찬 디지털 시계였다.

이 후보가 찬 시계는 3만원대의 카시오 모델이다. 스마트워치가 대세인 시대에도 그는 디지털 시계를 고집해 왔다.

정장을 입고 저가 디지털 시계를 찬 이준석 후보의 모습은 전통적인 정치인의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습관과 감각을 드러낸 방식으로 읽힌다. 특히 그가 가장 젊은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선거 내내 정장을 고수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중년층인 이재명, 김문수 후보가 점퍼와 운동화로 젊은 이미지를 연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나이는 젊지만 복장은 보수적인 이준석 후보의 스타일은 기존 정치인과 또 다른 결을 만들어냈다.

이재명 후보는 구호를 신발에 붙이며 '행동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조했고, 김문수 캠프는 뉴발란스를 통해 '젊은 보수'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이준석 후보는 오래된 디지털 시계를 통해 '습관의 진정성'을 전략으로 끌어올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치인의 복장이 메시지로 읽히는 일이 많아졌다"며 "유권자들은 이제 후보가 어떤 말을 했는지만큼,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를 통해 진정성과 지향점을 읽는다. 대선 패션이 유권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언어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규리 기자
ggg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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