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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IT비용 급증 우려”… 차세대 IT 차질로 촉발된 ‘IBM 리스크’ [진단③]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코어뱅킹 현대화’로 명명된 KB국민은행의 차세대전산시스템 프로젝트가 2단계 사업 성과의 부진으로 당초 계획했던 3단계 사업 착수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백지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차세대 프로젝트 연기' 자체만 놓고보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통상 2년 정도가 소요되는 국내 금융권 차세대 IT 프로젝트에서 이러한 일정 변동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우리은행, 교보생명,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수천억원을 들여 차세대 IT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대형사들이 일정 관리에 실패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한 흑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KB국민은행의 경우는 이들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다름아닌 국민은행이 IBM 본사와 맺고 있는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계약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5~7년간으로 설정되는 OIO계약은 기업이 IBM 장비(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매 및 유지보수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할인 계약으로, 구매 품목과 금액이 클수록 할인 폭이 크다.

IBM 메인프레임인 ‘z시리즈’를 주전산시스템으로 운용중인 국민은행의 경우, OIO계약은 2년 연장기간을 포함해 오는 오는 2027년 5월이 만료다.

국민은행으로선 ‘탈 IBM 메인프레임’ 통해 클라우드 시대를 열려면 그 이전에 프로젝트를 마쳐야 한다. 일정상 2027년이 데드라인인 셈이다.

그러나 만약 프로젝트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IBM과의 OIO계약이 만료된다면, 국민은행은 IBM 장비를 기존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도입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후엔 IBM이 국민은행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요구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국민은행이 국내 은행권에서 남은 IBM의 유일한 고객사였고, 오랜 인연을 맺어왔기때문에 OIO 계약 만료 이후에도 비교적 호의적인 가격 수준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호의에 기댄 순진하고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사례는 다르지만, 올해 금융권은 ‘VM웨어 사태’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가진 VM웨어가 가상화솔루션 라이선스료를 갑작스럽게 대폭 인상하면서 금융권의 클라우드 전환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VM웨어 사태'가 국민은행에게도 충분히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탈 IBM 메인프레임' 하려는 국민은행에 IBM이 과연 계약 만료이후에도 계속 온화한 입장을 취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KB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OIO 계약 만료후에는 국민은행이 IBM이 달라는 대로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 비용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 서너배가 더 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즉 OIO계약이 만료된 이후, 상황에 따라선 국민은행의 연간 IT비용이 지금보다 몇천억원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이는 국민은행을 넘어 KB금융그룹 전체의 판관비 부담을 크게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KB금융의 2023년 판관비는 6조6470억원 수준인데, 이중 국민은행 IT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상당한 수준이기때문이다.

◆차세대 프로젝트 일정 차질시 국민은행, OIO계약 만료후 IBM과의 협상 대응력 상실 우려

국민은행의 최근 3년간 IT예산은 평균 약 6000억원 선이다. 현재도 신한은행 등 경쟁 은행들보다 국민은행의 IT비용 구조가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이 정보보호공시 포털에 고시한 내용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2023년 정보기술(IT)비용은 총 5685억원인 반면 신한은행은 이보다 1897억원이 적은 3788억원이다.

올 3분기, 신한은행이 실적면에서 국내 5대 은행동 리딩뱅크임을 고려하면 이같은 IT비용구조는 역설적이다.

참고로, 국민은행의 IT비용이 유닉스 오픈 환경을 채택한 경쟁 은행들보다 더 많은 것은 표면상 IT인력 등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이는 폐쇄형과 오픈 환경, 두 주전산시스템의 차이가 IT개발자의 수급 등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고, IT비용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가뜩이나 이같은 높은 IT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민은행 입장에선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IBM과의 'OIO계약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도 마련해야만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국민은행 관계자는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OIO계약이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OIO계약 리스크에 내부적으로 아예 손을 놓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국민은행이 이에 대해 어떠한 방안을 마련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일각에선 국민은행이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추가로 IBM과 OIO 계약을 갱신함으로써 일단 큰 리스크를 회피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예를들면 이기종인 x86기반으로 차세대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이후 IBM과 OIO계약을 해지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도 국민은행은 출혈을 감수해야한다.

'OIO 계약 만료이전에 이기종 시스템으로 이전할 경우, 계약 만료 잔여 계약분까지 모두 IBM에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조건'이 붙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넓게보면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사업의 부정적 결과로 인해, 점차 국민은행이 감내해야할 리스크 요인이 많아지고 그에 따른 후폭풍도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되고 있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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