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美대선] 트럼프 대선 승리선언, K-배터리 '초비상'…"IRA 폐지 장기 리스크 대비 필요"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한국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에 걸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 지원 축소하고 친환경 에너지 대신 화석 연료와 내연기관 산업을 부활시키는 등 정반대의 전략이 예고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한국의 배터리 기업 등이 누리고 있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AMPC(첨단제조세액공제)를 폐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철회하고 내연기관 차량의 매력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칠 경우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약화되면서 배터리 수요도 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계에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트럼프 재선, 전통 에너지 회귀⋅친환경 정책 철회 우려 =트럼프 당선인은 지속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해 왔다. 특히 IRA 폐지와 내연기관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전통적 화석 에너지와 원자력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을 포함한 전통적 에너지가 미국을 강하게 만든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을 뒤집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지원을 철회하고 전통 에너지와 내연기관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 경제를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 에너지와 원전을 동시에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하며, 환경 규제에 발목이 잡힌 내연기관 산업을 부활시켜 자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차량에 대한 지원을 전면 철회하고, IRA와 AMPC와 같은 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어 한국 배터리 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IRA는 지나치게 환경주의적"이라며 비판하며, 공화당을 중심으로 "산업을 망치는 과도한 친환경 정책"이라는 공격을 이어왔다.
다만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IRA 폐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IRA 법안에 따라 현재 조지아주와 테네시주 등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요 주에서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IRA 전면 폐지는 현지 투자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IRA 전면 폐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대형 망치를 휘두르지 말라'는 서한의 문구에서 볼 수 있듯, 공화당 내부에서도 IRA가 미국 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IRA를 곧장 폐지하기보다는 전기차와 배터리 인센티브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당장 IRA 폐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론 '위험'…긴장 고조 = 문제는 당장 IRA가 폐지되진 않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전통 에너지 회귀 정책은 한국 배터리 업계의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출범 초기부터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석유 및 가스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며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상대적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내연기관에 대한 규제가 낮아지면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지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에도 단기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장기적으로 IRA 법안 폐지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기조는 임기 내에 친환경 관련 법안을 대대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임기 초기에는 의회의 반발로 IRA 전면 폐지가 어려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인 법안 조정을 통해 친환경 인센티브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이 현실화될 수 있다.
예컨대 우선적으로 세제 혜택 대상을 축소하거나 인센티브 요건을 강화하는 조치를 통해 IRA의 핵심 조항을 약화할 수 있다. 이후 친환경 정책의 지속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예산 삭감이나 행정 명령 등을 활용해 법안의 핵심 지지 기반을 점차 약화할 수 있다.
현재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다수의 공장을 건설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와 테네시주에서 각각 GM과 합작 및 단독으로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SK온은 포드와 함께 조지아주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협력해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당분간 추가 투자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IRA 관련 세제 혜택이 축소되거나 철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기대했던 수익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추가적인 미국 내 투자 결정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IRA에 따른 AMPC 등 단기적인 안정성에 의존하지 않고, 장기적 리스크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는 IRA에 대한 지원이 불확실해진다는 신호"라며 "AMPC와 같은 단기 혜택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현지 완성차 업체와 협력 관계를 강화해 장기적인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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