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네 자녀 경영 전면 등장…'승계 시계'보다 급한 건 '실탄 메우기'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하림그룹 오너 2세들이 경영 전면에 속속 등장하며, 그룹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홍국 하림 회장의 딸 김현영·김지영 자매는 올해부터 본격 경영 보폭을 넓힌다. 이미 장녀 김주영 하림지주 상무와 장남 김준영 팬오션 팀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가운데, 두 자매까지 그룹 주요 신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수업에 나서면서 4남매 체제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영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는 와중 그룹의 핵심 축인 식품 부문은 여전히 깊은 수렁에 빠져 있어, 업계에선 오너 2세들의 경영 참여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선과 재무 건전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미식에 쏟아부은 5000억, '프리미엄'이 부른 구조적 적자=하림의 식품 사업 부문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1조2854억원으로 전년 대비 8.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85억원으로 29.5% 줄었다. 하림산업의 상황은 이보다 심각하다. 하림산업은 2020년 영업손실 294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589억원, ▲2022년 868억원, ▲2023년 1096억원으로 매년 손실 폭을 키웠고, 2024년에는 결손금이 5609억원에 달했다.
하림산업의 2024년 감사보고서 따르면 자본총계는 3200억원이다. 또 단기차입부채(단기차입금)은 6232억원에 이르며 외부 자금에 의존해 유동성을 겨우 버티고 있는 실정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적자의 원인은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미식'에 집중한 고비용 구조로 지목된다. 더미식의 매출은 2022년 461억원, 2023년 705억원, 2024년 802억원으로 외형상 성장했지만, 매출원가는 1328억원으로 매출 대비 약 1.7배에 달한다. 판매가 늘어날수록 손실도 함께 커지는 구조적 '역마진' 상태다.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거나, 판매에 들어가는 광고·유통 비용이 과도하게 높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하림산업은 2024년 한 해 동안 광고선전비로만 267억원을 쏟아부었고, 판매비와 관리비 전체는 750억원에 달해 매출(802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배우 이정재를 고용하는 등 마케팅과 설비 확장에 자금을 퍼부었지만, 이익으로 전환되지 못한 채 재무 부담만 키운 셈이다.
눈에 띄는 유형자산 증가도 문제다. 2024년 기준 하림산업의 유형자산은 4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81억원 증가했다. 이는 가공식품 공장 증설과 물류시설 확대 등에 따른 고정자산 투자로 풀이된다. 수익성 개선 없이 고정비만 늘어나며 재무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이처럼 경영 승계 시계가 빨라지는 와중에도, 그룹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점이 위기로 꼽힌다. 하림산업은 이미 부채 7256억원에 이르며,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 중 하나인 식품사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오너일가 중심의 인사 확대가 오히려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눈앞의 구멍부터 메워야", 시장 신뢰 회복이 먼저=업계에 따르면, 차녀 김현영 씨와 삼녀 김지영 씨가 지난해 하림지주에 각각 차장과 과장으로 입사했다. 김현영·김지영 씨는 신규 플랫폼 사업을 맡을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역할이나 실행 전략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장녀 김주영 상무는 하림지주 기획팀 출신으로, 현재 전략기획2팀을 이끌고 있다. 장남 김준영 책임은 팬오션 복귀 전까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를 거쳤고, 현재 NS쇼핑과 물류 자회사 글라이드의 이사직도 맡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하림산업은 제품력보다 프리미엄 이미지에 집중한 탓에 실질적 수익구조를 놓쳤고, 결과적으로 적자가 누적되는 고정비 구조에 갇혔다"며 "더미식 전략이 기회가 아닌 착시로 끝난 상황에서, 투자자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승계를 밀어붙이기보다 실적 회복과 재무 안정부터 이뤄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림그룹이 당면한 과제는 명확하다. '승계 드라이브'에 앞서 식품 계열사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회복하지 못하면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실제 하림산업의 2024년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60%를 넘어섰다. 무리한 확장보다 실탄 확보와 수익 구조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재계 전문가는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경영 2세의 안착은 단순 인사가 아닌, 실질적인 수익성과 구조 개편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망사용료 또 언급한 美 USTR, 통상마찰 우려 있나 [IT클로즈업]
2025-04-01 17:58:58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맹탕' 논란… '검은 머리 외국인'에 의한 국가 핵심기술 유출 우려↑
2025-04-01 17: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