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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美대선] 바이든 계승한 해리스, 관세 압박할 트럼프…불확실성 높아진 반도체

고성현 기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 현지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들이 받을 법적 혜택에 대한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시 투자 및 대응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져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11월 5일(현지시간) 제47대 대통령선거를 실시한다. 오전 0시부터 본투표가 시작된 후 개표 결과는 빠르면 오후 10시(한국시각 6일 정오)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합주 내 접전이 벌어질 경우 오는 주말께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후보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내 투자를 촉진하고 있는 반도체 칩 지원 및 과학법(CHIPS Act, 이하 칩스법)에 대한 이견이 두드러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칩스법을 두고 "정말 나쁜 거래"라고 규정하며 비판의 날을 세운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지지하며 홍보에 나서는 등 맞서는 대치 국면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칩스법은 2022년 8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내 기술 우위, 공급망 구축 등을 다지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법이다.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총 527억달러를 5년 동안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25%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과학 연구 증진에 200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이러한 미국 정부의 지원법에 따라 반도체 공장 투자를 일찌감치 공식화한 상황이다. 대만 TSMC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2개 공장을 지으며 미국 상무부로부터 총 116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했고, 인텔은 85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텍사스 테일러 공장 건설로 64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투자해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현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 기조가 유지되거나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방산, 첨단 반도체 등 전 영역에서 강도 높은 중국 제재를 이어가는 만큼, 이 방향성이 굳건해지는 형태로 굳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단 10센트의 보조금을 줄 필요가 없다. 관세를 높게 매기면 해외 기업들이 돈 없이도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기존의 반도체 보조금을 백지화하고, 해외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높여 자국 내 공장 투자의 필요성을 촉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대만 TSMC를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TSMC를 향해 "우리 사업의 95%를 훔쳐 대만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TSMC가 미국에서 돈을 쓰도록 해야한다"고 강경한 어조를 유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 시 보조금·세액공제를 지원하는 칩스법이 폐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이미 대규모 투자를 확정지은 상황인 데다, 미국 현지의 높은 물가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더욱이 보편관세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이 현실화된다면 대미 수출에 대한 여파도 확대될 수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보편관세 적용 시 전 산업 생태계가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반도체로 좁혀봐도 전세계 글로벌 공급망에 여파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후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인 우리나라에 보편적 관세 10~20%포인트(p)를 부과한다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152억~304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관세정책의 변화에 따라 중간재 등을 포함한 총수출액은 최대 448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필리버스터 등 안전장치가 존재하는 칩스법이 폐기될 우려가 적을 뿐더러, 반도체에 집중한 대안을 내기보다는 관세 정책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양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각자의 장단점이 있어 어느 한쪽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로비 예산 증가나 국가를 대상으로 한 관세 정책, 정책 기조의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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