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조절·원가 효율화 나선 K-배터리, 중장기 수요 노린다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K-배터리 3사가 길어지는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에 따라 설비투자 효율화 및 원가 절감을 추진하는 한편, 신규 프로젝트 확보를 통한 중장기 수요 확대 전략을 추진한다. 당분간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반의 보급형 전기차와 과도기성 제품인 하이브리드차량(HEV·PHEV·EREV)의 득세가 유력시 되는 점을 고려, 차세대 제품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다.
남은 전기차 시장의 주요 변수는 하루 남짓 남은 미국 대선 결과가 꼽힌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할 시 관련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얼마나 재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생존 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4일 SK온은 SK이노베이션 3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매출 1조4308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7.8%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이로써 SK온은 2021년 독립법인 출범 이래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하게 됐다.
3분기 영업이익은 고단가 재고소진, 헝가리 신규 공장 초기 램프업 비용 감소 등 전 분기 대비 기저 효과와 전사적 원가 절감 활동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2분기 대비 4841억원 개선됐다. 아울러 미국 IRA에 따른 3분기 AMPC 수혜 금액이 608억원 반영되면서 회계상 적자를 상쇄했다.
타 경쟁사 대비 이익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에 속하지만, 한개 분기만에 4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 폭을 축소하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공장 증설에 따른 설비투자 지출(CAPEX) 규모도 올해 대부분 반영된 만큼, 내년 중 현금흐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캐즘 여파에 따라 실적이 부진했으나 흑자는 유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실적은 매출 6조8778억원, 영업이익 448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이익은 모두 감소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이 11.6%, 영업이익이 129.5% 각각 증가했다. 다만 3분기 영업이익이 AMPC 예상치인 4660억원이 반영돼 있어,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177억원에 그쳤다.
삼성SDI는 매출 3조9356억원, 영업이익 129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었고 영업이익은 72.1% 감소했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도 매출이 3.7%, 영업이익이 46.1% 각각 감소했다.
K-배터리 3사는 신규 권역 진입과 일회성 프로젝트인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따라 제각각 다른 전망을 내놨다. 다만 전기차 시장 내 수요 둔화 현상이 단기간 내 해소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분위기다.
특히 공장 신·증설과 관련된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조정하는 한편, 신규 폼팩터·케미스트리 제품에 대한 수주를 확대하면서 2026년으로 예상되는 호황기 준비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 배터리 수요가 급감한 폴란드 공장의 효율화를 위해 타 응용처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기존 전기차용으로는 포드와의 신규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을 맺고 관련 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르노와의 LFP 배터리 공급 및 ESS 수요 대응으로 극복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전압 미드니켈·원통형 46시리즈·각형 등 차세대 폼팩터와 케미스트리를 활용한 신제품 개발·수주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가동을 통한 AMPC 수령액을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한편,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현대차 공급 및 전고체·46파이 등 장기적 공급 대응을 위한 제품 개발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SK온 역시 BOSK와 현대차그룹 JV 가동을 순차적으로 준비하는 한편, 올해 말 이후 신규 고객사 확보를 위한 활동과 원가 절감 등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루 남짓 다가온 미국 대선의 결과가 국내 배터리 3사의 장기적 전망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민주당 소속인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기존 IRA 및 탈중국 기조에 대한 경향이 유지될 전망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IRA 혜택 축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현재 여론조사 기준으로는 양 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비슷하거나 해리스 부통령이 근소우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위를 점치는 결과가 잇따랐으나, 막판 표심을 정한 유권자들이 해리스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이 격차가 좁혀들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 대선 결과에 예의주시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여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자고 있다.
SK온은 4일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 대선 결과 자체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IRA에 부정적인 의견 표명한 트럼프가 재집권 되더라도 전면 폐지는 어렵다"며 "비우호적인 움직임이 있더라도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나 예산 제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그간 컨퍼런스 콜을 통해 트럼프 집권 시 탈중국 기조가 강해지는 점을 고려해 공급 판로가 확대되는 긍정적 이점이 있고, IRA 수혜 규모 축소에 따른 여파를 공장 효율화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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