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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SLL, 오늘은 KT"…'범인 찾기'된 'OTT 합병 지연' [IT클로즈업]

채성오 기자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 중 한 장면. [ⓒ 티빙]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 중 한 장면. [ⓒ 티빙]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토종 OTT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의 합병이 티빙 측 주주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티빙의 대주주들만 특정해 지연 원인으로 지목당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엔 SLL이 합병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되더니 이달 들어 KT만 동의한다면 계약이 성사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주주 구성이 복잡한 티빙과 달리 웨이브의 경우 이번 계약을 협상중인 대주주 SK스퀘어는 물론 지상파 3사(KBS·MBC·SBS)가 합병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와 지상파 3사간의 콘텐츠 공급 재계약 및 전환사채(CB) 상환 임박에 대한 부담 해소 등 위험 요소도 탄력적으로 조정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웨이브 리스크, 해결됐다고?

30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최근 웨이브의 대주주인 지상파 3사가 티빙·웨이브 합병안에 대한 동의를 마쳤다. 지난 8월 말 기준 현재 ▲KBS(한국방송공사 1.88%·㈜이케이비에스 17.95%) ▲문화방송(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각각 웨이브 지분을 19.83%씩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SK스퀘어(SK스퀘어36.68%·SK스퀘어 아메리카 3.84%)에 이어 웨이브의 주요 주주에 위치한 지상파 3사는 지난해 12월 OTT 합병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부터 관련 계약에 동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 지분율. [ⓒ 디지털데일리]
웨이브 지분율. [ⓒ 디지털데일리]


다만, 올 초 콘텐츠 공급 재계약 만료 시점(9~10월 중 만료) 및 웨이브의 전환사채(CB) 만기일 도래 등 위험 요소로 인해 지상파 3사가 합병 계약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여기에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등 OTT 운영사들이 지상파에 콘텐츠 공급 독점계약을 제시해 웨이브와의 재계약이 불투명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는 등 웨이브 주주간 협상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웨이브와 관련된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돼 지상파 3사도 합병에 적극 동의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의 콘텐츠 공급 재계약 시점과 CB 만기일을 연장하는 차원의 논의가 이뤄져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웨이브와 지상파 간 콘텐츠 공급 재계약 시점은 9~10월로 현 시점에선 이미 경과한 상태이며, 웨이브의 2000억원 규모의 CB 상환 만기일은 오는 11월 28일이다.

업계 사정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지상파와 웨이브 간 콘텐츠 공급 계약의 만료 시점은 올해 9~10월이었으나 합병 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임시 연장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CB 투자자와도 협의를 통해 상환 시점을 조율하고 있어 합병 계약만 체결되면 관련 리스크는 일시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사업자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도 현행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사업자들이 지상파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계약금을 제시하며 독점 공급을 요청했으나,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아 합병 계약 체결에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사업자들이 제시한 금액 및 접촉 채널이 각기 다른 만큼 지상파 콘텐츠가 웨이브 외에 타 플랫폼에 공급하는 콘텐츠를 확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웨이브 측은 현재 계약이 진행중인 만큼 관련 사안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웨이브 관계자는 "콘텐츠 공급 계약 및 CB 상환 등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KT "우리 때문 아냐"…관점의 차이일 뿐?

웨이브 관련 리스크가 변수에서 제외됐다고 알려지면서 협상 지연의 타깃은 티빙 측 주주로 돌아선 모습이다. 티빙은 ▲CJ ENM(48.9%) ▲KT스튜디오지니(13.5%) ▲젠파트너스앤코(13.5%) ▲SLL(12.7%) ▲네이버(10.7%) 등이 주요 주주로 구성돼 있다.

업계에선 현재 티빙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 측이 합병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아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 측만 동의하면 티빙·웨이브 합병 관련 본계약을 바로 체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KT 측은 "(OTT간) 합병이 유료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면서도 "(관련 합병에 대해 KT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티빙 지분율(단위: %). [ⓒ 디지털데일리]
티빙 지분율(단위: %). [ⓒ 디지털데일리]


이처럼 KT가 관련 계약의 변수로 지목받은 배경은 '유료방송'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기 때문이다.

현재 KT스튜디오지니는 자체 기획·제작 드라마를 지니TV 오리지널로 편성해 ENA 채널과 지니 TV에만 공급하는 오리지널 밸류체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유어 아너'와 '나의 혜리에게' 등으로 경쟁력을 검증한 만큼, 오리지널 드라마를 다른 채널에 공개하지 않는 대신 자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KT스튜디오지니는 오는 12월 KT알파 내 콘텐츠사업본부 일체의 자산, 재산, 권리 등을 양수해 그룹 내 분산된 콘텐츠 역량을 결집하는 등 IP스튜디오로의 추진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콘텐츠·미디어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는 KT 입장에선 티빙·웨이브의 합병이 경쟁사에 힘을 실어줄 명분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는 실정이다.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협상을 주도함으로써 통합 OTT 출범 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는 데다 CJ ENM 같은 대형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의 콘텐츠 장악력이 강화될 수 있는 환경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 SLL 인스타그램 갈무리]
[ⓒ SLL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편 이런 배경은 지난 7월 SLL이 협상 지연의 배경으로 주목받을 때도 비슷하게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선 티빙 측 주주 대부분이 합병에 동의하는 가운데 SLL 측이 콘텐츠 공급망 위축 등을 이유로 예외조건을 논의하고 있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흑백요리사'를 제작한 '스튜디오 슬램' 등 15개 영화·드라마 제작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는 SLL의 경우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운영사가 주 고객인 만큼 플랫폼이 통합되면 판매 창구가 좁아지기 때문에 콘텐츠 대가를 더 높여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SLL 측은 당시 "이는 사실과 다르고 SLL은 티빙 주주로서 협상에 우호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SLL이 합병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받을 당시엔 KT스튜디오지니 측이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KT 측이 합병 동의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현 시점에 SLL은 거론되지 않는 모습이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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