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통합에 '글로벌' 언급되는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토종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과 '웨이브'가 통합 작업을 진행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전진 기지 구축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단기간 내 내수시장에서 넷플릭스를 따라잡을 규모로 성장한다고 해도, 글로벌 전진 기지 구축이 선행되지 않으면 수익성은 '제자리 걸음'에 그친다는 이유에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티빙과 웨이브의 대주주인 CJ ENM과 SK스퀘어 측이 플랫폼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순차적으로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측은 실사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내년 초에 본계약을 맺는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토종 OTT 경쟁력 확대 측면에서 두 서비스의 통합을 반기는 입장이면서도, 넷플릭스 같은 대형사업자와의 경쟁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두 서비스 모두 1000억원대 이상의 적자를 낸 데다, 합병 초기 이용자 모객을 위해서는 '가격 인하' 같은 유인 정책이 필요한 데 사실상 수익 확대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OTT 플랫폼을 다중 구독하는 이용자가 많은 만큼, 통합 시 점유율 확대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 9월 발표한 '2023년 8월 기준 OTT 앱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에 따르면, 웨이브와 티빙의 MAU는 각각 439만명과 540만명으로 단순히 두 데이터를 더할 경우 980만명에 달하지만 중복 가입자가 20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분석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조사한 'OTT 앱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 데이터를 보면 지난달 기준 중복 사용자를 제외한 티빙과 웨이브의 순 이용자 수는 584만6093명 수준으로 쿠팡플레이(577만7527명)보다 약 7만명 많은 수준에 그친다.
효율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또 다른 데이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이지에이웍스가 집계한 OTT 앱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티빙과 웨이브의 월 사용 시간은 각각 약 4536만시간과 약 4492만시간으로 집계됐다. 두 플랫폼의 사용 시간을 더할 경우 넷플릭스(약 1억시간)를 위협할 정도의 데이터가 나오지만, 단일 플랫폼이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사용 시간은 약 4000만시간 규모에 그친다. 이런 경우, 통합의 실익이 낮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업계 일각에서는 '토종 OTT 1위 수성'에 그치는 목표 대신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규모 제작비를 지원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 진출을 담보하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에 콘텐츠 계약이 집중되다보니 '글로벌 창구'없이 내수 시장만 공략하는 것으로는 대형 사업자와의 경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웨이브와 티빙의 수익성 확대 대안으로는 현재 각 사가 보유한 서비스 인프라를 통합하는 방법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웨이브는 미주 지역에서 K-콘텐츠를 유통하는 '코코와'를 인수해 '웨이브아메리카스' 법인을 설립했고, 티빙의 경우 글로벌 콘텐츠스튜디오인 파라마운트와의 협업을 유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양사의 국내외 콘텐츠 제작·수급과 함께 북미 등 해외 지역 인프라를 더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면 수익성 제고는 물론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사업자와 글로벌 경쟁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가 통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성 확대 및 넷플릭스와 경쟁할 정도의 체력을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비스 통합을 위해서는 두 기업의 복잡한 주주 구성 해소 및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같은 과정이 남아있지만, 해외 시장을 겨냥한 공급망 구축 계획이 없다면 실질적으로 콘텐츠 계약 등 협상 테이블에서 넷플릭스보다 우위를 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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