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핵심된 BMS, 주도권 누가 쥘까…자동차·배터리 신경전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전기차용 배터리의 안전성 이슈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중요성이 떠오르면서 이 시장을 노리는 주요 업체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배터리 가격 협상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자동차와 배터리 업체 간 신경전과 솔루션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넘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한 솔루션인 배터리관리통합솔루션(BTMS) 브랜드 'B.around'를 공개했다.
BMS는 배터리의 상태를 모니터링해 최적의 조건에서 배터리를 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전류와 전압, 온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충전 중 전압 하강, 비정상 퇴화 및 방전, 특정 셀 용량 편차 등 만약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감지하고 조치하는 역할을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팩을 중심으로 한 제어 수준에 그쳤던 BMS의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안전진단 및 퇴화·수명 예측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플랫폼에 특화된 솔루션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BMS와 관련된 사업을 확대해 완성차 고객사에 솔루션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25일 SNE리서치가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주최한 'KABC 2024'에서도 BMTS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연사로 나선 이달훈 LG에너지솔루션 BMS개발센터장(상무)은 "LG에너지솔루션은 약 7년 전부터 클라우드 BMS를 개발해왔고, 기존에 보유한 대규모의 배터리 테스트 데이터를 활용해 품질 개발 등에 활용했다"며 "이를 통해 SoH를 추정하고 RUL을 예측할 수 있도록 했으며 'B-라이프케어(B-Lifecare)'와 같은 실시간 배터리 모니터링 서비스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SDV 전환에 따른 BMS 변화를 두고 "자동차가 자율주행·전기·엔터테인먼트용 차량으로 거듭나면서 점점 고연산과 많은 통신량을 요구받는 상황"이라며 "SDV 전환에 따른 조널 아키텍처 채택에 따라 이에 걸맞는 BMS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BMTS의 정확도 개선을 위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BMS 특허와 관련 테스트 데이터의 경우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기차에 탑재돼 실제로 운행되는 필드 데이터가 적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변화하는 온·습도나 주행 습관 및 도로 문제 등 변수가 많은 환경에서 주행하는 만큼, 실제 환경에 걸맞는 데이터가 있어야만 배터리 상태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센터장은 "LG에너지솔루션은 BMS와 관련된 테스트 데이터를 많이 확보해왔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차량 데이터를 구하기가 어렵다. 차량 업체에서 배터리 데이터를 공유하는데 굉장히 소극적이고, 이외로 필드 데이터를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타까운 점은 차량 데이터를 국내에서 등록된 1만5000대 이상에서 많은 데이터를 얻고 있지만, 중국과 비교를 해보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중국은 정부 주도로 모든 차의 배터리 데이터를 서버로 올리고, 이를 배터리 제조업체나 차량 업체들이 사용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법규를 제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과는 차이가 나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공유에 대한 문제를 자동차와 배터리 업체 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BMS가 추가적인 배터리 관련 서비스(BaaS)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 요소이지만,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는 배터리 업체가 자신들의 사업 영역에 진입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다.
특히 전기차 시장은 과거 내연기관과 달리 배터리 업체가 가격 협상 주도권을 잡는 양상이 이어져 왔다. 차량 전동화 전환을 목표로 전기차를 출시하는 기업은 많은 반면,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한정적인 독과점 공급 현상이 지속돼온 탓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가 배터리로부터 파생되는 사업 주도권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KABC 2024에서도 자동차와 배터리 업체 간 미묘한 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이 나왔다. 김동건 현대자동차 배터리셀개발실장은 "배터리는 익히 알듯 (생산이) 매우 어려운 제품이기에 독과점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그러다 보니 협상 주도권도 배터리 제조사에 있고, 캐즘(Chasm)으로 물량이 줄었다고 해도 소수 배터리 업체의 주도권이 강하다. 이는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가 여러 배터리를 고려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가 배터리를 직접 설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중적(Volume)인 전기차 모델은 배터리 제조사가 서로 개발에 나섰기에 이에 따른 도움을 받으면 되지만, 하이브리드차량(HEV) 등 일부 제품에서는 수익성 문제로 배터리 제조사들이 하기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그러한 부분들을 현대차가 직접 설계하고 배터리 제조사에 생산을 맡기는 협업 모델을 가져가고 있다. 이 모델이 장기적으로는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싼타페용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직접 설계한 후, SK온에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맡기는 식으로 운영해온 바 있다.
김 실장은 BMS와 관련해서도 "배터리 생산 중 불량이 나오게 되면 (전기차 업체로) 유출되지 않게 잘 걸러내야 하는 게 배터리 제조사의 역할"이라며 "우리(현대차)는 배터리를 모니터링하고 진단하면서 불량을 걸러내야 한다. 또 사전징후 없이 열전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배터리 화재 예방을 위해 배터리 제조사들은 공정 내 불량에 집중해야 하고,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의 경우 자동차 업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는 향후 전기차 시장 수요 반등과 SDV 전환 수준에 따라 BMS를 둘러 싼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BMS용 배터리관리칩(BMIC)이 고성능컴퓨팅(HPC)과 통합돼 고성능으로 설계되는 만큼, 이 시장을 선점하련느 반도체 팹리스와의 물밑 경쟁도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의 최대 이슈는 안전성 문제로 리튬이온 배터리 구조상 관련 사업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대한 경쟁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며 "전기차 산업 역시 국제전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국내 업체 간 경쟁보다는 어느정도의 개방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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