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원 잭팟?…금양 배터리 사들이는 '美 나노테크' 활용 방안은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이차전지 생산 기업 금양이 최근 미국 나노테크에너지와 대규모 공급 계약 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나노테크에너지가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같은 대규모 물량 확보에 나섰는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금양(대표 류광지)은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미국 나노테크에너지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17억2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금양과 나노테크에너지는 미국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매 예상 금액을 6년간 2조3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이 중 20%인 약 4600억원을 주문이행 보장 금액으로 추정했다. 주문이행 보장 금액이라고 본 액수만 해도 금양의 작년 연결매출액(1520억원)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금양은 이번 MOU를 통해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판로 확보한다는 기대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계약은 '계약기간 중 언제든지 60일 전 서면 통지를 통해 계약을 종료할 권한이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와 함께 양사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유통계약 발표 다음 날 20일 류광지 금양 회장은 나노테크에너지 커티스 칼라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만나 공동개발 협약서에 서명했다. 양측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화재 억제력을 갖춘 차세대 배터리를 공동 개발·생산하고, 미국 내 합작법인(JV) 설립을 합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계약의 조건 및 나노테크에너지의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우려의 목소리 나오고 있어서다.
나노테크에너지는 그래핀 기반의 배터리 기술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는 스타트업이다. 여기서 나노테크에너지가 내세우고 있는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얇고 투명한 2차원 물질로, 강도가 매우 높고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꿈의 신소재'라고 불린다. 그래핀을 양⋅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에 적용하면 기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고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다만 기술 난이도가 높아 아직 대규모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나노테크가 금양의 2170 배터리 물량을 대규모 들일 경우, 배터리에 자사의 그래핀 기술을 적용해 판매하거나,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미국 시장에 재판매하는 유통만을 맡을 것으로 분석된다.
나노테크에너지의 자금 동원 능력 보유 여부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최근까지 공식적으로 공개된 투자 유치 정보를 고려했을 때, 업계에서는 이만한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되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 나노테크에너지는 최신 공개 기준인 2021년, 총 9490만달러(약 127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금양과 나노테크에너지의 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아직 완전한 계약 이행 전이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다는 것.
한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나노테크에너지가 금양과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행한다면 이는 금양에게 중요한 해외 시장 진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양사의 협력이 이뤄진다면 금양은 기술적 성장뿐만 아니라 매출 측면에서도 큰 도약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번 계약이 금양의 유상증자나 자금 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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