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편의점 점주들의 고민 “인건비 부담, 안 그래도 컸는데”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내년 도래한다. 최저임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계 중 하나인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인건비 증가에 대한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5일 유통업계에서는 일부 편의점 점주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직원 수를 더욱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편, 무인점포 전환 속도가 예년보다 가팔라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9860원 대비 170원(1.7%)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으로 치면 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 209만6270원이다.
서울 강북구 수유리 부근에서 10년 넘게 편의점을 여러 개 운영해왔던 점주 A씨는 그간 한 번도 본인이 근무한 적 없이 아르바이트생들로만 점포들을 꾸려왔었다. 최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본인도 파트타임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A씨는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마다 5%씩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부터 인력을 구하는 것은 물론, 인건비 부담 그 자체만으로도 점포를 여러 개 운영하는 게 힘들어지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1.7% 올랐기에 ‘예년보다 버틸만 하지 않냐’는 일부 주변 시각도 있는데, ‘1만원 시대’라는 타이틀이 무섭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아사거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 역시 “그동안 어머니가 함께 절반씩 낮 시간을 근무해주고, 일부 야간 시간만 중국인 유학생을 고용해 겨우 근무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며 “다만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도 대비를 미리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머니와 부담감을 갖고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전부터 편의점 점주들은 아르바이트를 적극 고용하거나 자신이 직접 근무하고, 가까운 친인척들의 도움으로 점포를 운영해왔다. ‘쪼개기 고용’이 불법이지만 어쩔 수 없이 특정 요일·시간 등을 기재해 인력을 구하는 점주들도 주요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쪼개기 고용이란 주휴수당이나 퇴직금, 4대보험 등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파트타임을 구하는 형태를 말한다.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자 무인점포 혹은 심야 등 특정 시간대에만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 전환을 고민하는 점주들도 실제로 늘고 있다. 현재 계약 기간이 남은 점주들이 실질적으로 당장 무인점포로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생계유지를 위한 사업 운영이 점점 더 퍽퍽해지는 현실에 문의를 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고객 방문이 줄어드는 심야시간대를 중심으로, 유인 운영을 무인 운영으로 변경하려는 편의점 점주들이 지속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편의점 점주들은 수익성을 바라볼 때, 무인점포 전환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도 우려한다. 주류·담배 경우 성인 인증이 필요해, 무인점포에서는 판매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기 때문이다. 주류·담배를 사러오는 소비자들은 보통 안주거리나 음료 등 다른 제품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에 점주들에겐 특히 놓칠 수 없는 주요 타깃층이다.
공장이나 대학교 기숙사, 회사 사옥처럼 특수 입지가 아닌 일반적인 곳에 무인점포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소비자 연령층이 다소 넓기에 소비자 불편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있다.
또 다른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부결에 이어 1만원이 넘는 인상 결정에 대해 업계는 큰 유감을 표하며, 자영업 시장의 붕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업계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차별화된 마케팅과 매년 시행하고 있는 가맹점 상생안을 통해 점포 매출 상승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 관련해 아르바이트생 및 노동자와 사장 등 업주들의 의견은 현재까지도 극명하게 나뉜다. 지난 10일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현재 아르바이트 근무 중인 알바생 2261명과 기업회원(사장, 업주 등) 148명을 대상으로 ‘2025년 희망 최저임금’을 조사한 결과, 알바생은 대부분 ‘인상’을 희망했으나 업주 과반 이상은 ‘동결’하는 방향을 원했었다.
알바생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에서 비롯됐다. ‘급격한 물가 인상으로 실질 임금이 오히려 줄어들어서(68.1%, 복수응답)’ 및 ‘현재 시급으로 생활이 어려워서(32.1%)’가 1, 2위를 차지했다.
업주 경우 최저임금 동결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전체 응답 기업회원의 절반 이상인 58.1%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와 동일하게 유지하길 바란다고 답했으며 인하 및 인상을 희망한다는 응답률은 각각 31.1%, 10.8%로 집계됐다.
최저임금 동결을 원하는 업주는 가장 큰 이유로 ‘인건비 부담(64.0%, 복수응답)’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업무 강도에 비해 현재 임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41.9%)’ 및 ‘더 이상 인상되면 최저시급을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34.9%)’ 등의 답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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