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인상’ 배민 둘러싼 여진 지속…“역마진 사례까지 등장”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이달 들어 입점 업체를 포함해 대중에게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포함한 배민1플러스 중개이용료율을 9.8%(부가세 별도)로 종전 대비 3%포인트 인상하는 등 개편된 요금제를 8월9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14일 배달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우아한형제들이 배민1플러스 요금을 인상한 이후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배민 중개 수수료 인상 등 정책 변경의 타이밍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2일, 이국환 대표가 1년 반만에 갑작스레 사임하고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 사전 예약이 시작되면서 배민 관련 여론은 최근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지난 10일 입점 업체들을 대상으로 중개 수수료 인상까지 발표되자 배달 앱 시장을 중심으로 반발이 더욱 거세진 모양새다.
앞서 정부도 지난 4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춘 ‘역동경제 로드맵 및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배달플랫폼 수수료에 관한 자율규제 내용도 이에 포함됐다. 당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중 협의체 구성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협의체엔 배민을 포함해 쿠팡이츠, 요기요 등 주요 배달 플랫폼과 배달원(라이더)노동자 대표, 외식업계와 소상공인 대표 등이 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우아한형제들은 배민1플러스 중개 이용료율 인상을 발표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수익성 강화를 통해 배당 여력을 높이려는 독일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시장의 불만이 제기될 것으로 판단한 배민은 업주 부담 배달비를 인하하는 등 당근책도 내놨다. 배민은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통합한 ‘음식배달’ 탭을 신설하고 모든 가게의 노출 경로를 일원화하는 등 개편도 예고했다.
그럼에도 불구, 배민은 현재까지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정부도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정부의 규제안이나 협의체 구성은 자율규제 성격이기에 강제성이 없다.
즉,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 산하에 있는 배민 입장에선 시장의 큰 반발을 감수하고 수수료 정책을 변경한 만큼, 협의체 구성 취지를 따르기 보다는 수익성 강화를 우선으로 둘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민이 인상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입점 업체들 사이에서도 인상 발표 이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10일 오후 ‘배민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자율규제의 후과 자영업자들이 떠안은 격’이라는 성명문을 냈다.
배달앱 입점업체들이 배달앱의 높은 중개수수료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왔고, 특히 물가 상승과 경기 악화로 이중·삼중고에 처한 입점업체들은 계속해서 배달앱사에 중개수수료 인하를 요청해 왔음에도 배민은 이를 무시한 채 중개 수수료를 올렸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측은 “(배민 중개 수수료 인상으로) 이제 중개수수료가 가맹점주 영업익률의 1.5배에 달하게 됐다”며 “이번 수수료 인상은 소상공인들의 수익을 잠식하고 궁극적으로 폐업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현장에선 역마진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또한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은 물가인상을 유도해 소비자 후생까지 저해할 수 있어 배달앱 시장의 공멸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지난 12일 1만30원으로 인상된 만큼, 점주들의 불만이 배민 등 주요 배달앱으로 돌아갈 공산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협의회는 배민이 내놨던 당근책 중 하나인 배달비 부담 인하 정책도 꼬집었다. 배민이 고객 경험 개선과 업주 성장 지원을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개편 및 배달비 인하를 제시했으나, 이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시키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특히 배민은 지역별로 배달비를 건당 100~900원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세부 기준 없이 발표된 이 배달비 인하는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며, (배민1 중개 수수료 인상에 대한) 물타기식 대응”이라며 “실제로 대다수 소상공인에게 실효성 있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70%에 육박하는 배민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약 2100만을 바탕으로 광고나 배달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점주들에게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만큼 그 금액 규모 자체는 점유율이 낮은 경쟁사와 애초에 다를 수밖에 없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는 배민이 경쟁사와 입점 업체에게 거두는 중개 수수료 퍼센테이지(%) 숫자가 같거나 낮음에도 집중 타격을 받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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