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리비안, LG엔솔과 손잡나…46파이 배터리 협력설 '솔솔'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4680' 원통형 배터리 셀(Cell)의 가상 모델 [ⓒ테슬라]
'4680' 원통형 배터리 셀(Cell)의 가상 모델 [ⓒ테슬라]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공급 협력 검토에 나섰다.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할 46파이 배터리를 받기 위해서다. 아직 46파이 배터리의 생산성이 낮은 초기 단계인 만큼, 기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을 늘려 중장기적 수급선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리비안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리비안이 2026년 생산키로 했던 보급형 전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2' 등에 탑재될 용도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물량과 시기 등은 알려진 바 없으나, 올 초에 진행했던 논의보다도 진전된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46파이 배터리는 지름 46mm에 다양한 길이를 가진 규격의 배터리로, 테슬라가 2021년 관련 콘셉트를 내놓으며 화두에 오른 바 있다. 기존 2170(지름 21mm, 길이 70mm) 규격 대비 에너지밀도·용량을 높인 장점이 있다. 그러면서도 원통형 배터리 특유의 생산성을 갖춰 불용공간 최소화·생산원가 절감 등의 이점을 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리비안은 현재 생산 중인 R1 플랫폼 기반 전기 픽업트럭 'R1T', 'R1S'용으로 2170 규격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삼성SDI가 대부분 물량을 전담하고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일부 물량을 소화하는 식이다.

리비안은 2026년 본격 생산할 보급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2'에 4695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는 것을 고려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력 협력사였던 삼성SDI와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LG에너지솔루션과도 접점을 늘려 '듀얼 벤더' 체제를 확대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비안이 신규 출시할 예정인 중형 전기 SUV R2 [ⓒ리비안]
리비안이 신규 출시할 예정인 중형 전기 SUV R2 [ⓒ리비안]

한때 리비안은 포드, 아마존 등의 투자를 받으며 테슬라를 대항할 전기차 업체로 떠오른 바 있다. 하지만 부족한 양산 경험과 판매 저조가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으며 자금 유동성 위기를 넘겼지만, 판매 부진 타개·생산 최적화를 위한 효율적 운영체계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리비안이 4695 배터리 공급선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이유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투자로 차기 모델의 성공이 시급한 만큼,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선을 확보하는 게 우선시될 필요가 있어서다.

실제로 46파이 배터리는 현재 대량 양산을 하고 있는 기업이 거의 없는 무주공산의 시장이다. 반면 기술난도와 특허장벽이 높아 진입자가 들어오기 어려우며, 생산이 확대될 시 배터리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현재 양산단계에 접어든 업체도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등 소수에 불과하다.

배터리 업계는 46파이 배터리가 올해로 양산이 본격화될 경우 시생산·램프업을 거쳐 내년과 내후년 정도에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비안의 R2 양산 시기가 양산 본격화 시점과 겹치는 만큼, 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46파이 배터리에는 탭리스(Tapless) 구조에 따른 용접 난도와 같은 생산 병목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과 가격 등 이점이 커지는 만큼, 물량 확대 시기와 맞춰 공급선을 확보하려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안을 제외한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서도 46파이 배터리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진행 중인 자체 생산과 함께 파나소닉·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4680 배터리 수급을 받을 예정이며, BMW·스텔란티스·볼보 등도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46파이 배터리 생산 확대 시 이들에 소재·부품·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들을 향한 기대감도 높아질 전망이다. 양극재 부문에서는 원통형 배터리용 양극재 납품 이력을 다수 확보한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TCC스틸 등 니켈도금강판 제조사와 배터리 캔을 만드는 동원시스템즈의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

장비 부문에서는 배터리 전극을 말아주는 장비인 권취기(Winder) 제조사 코엠(KOEM)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분야에 신규 진출한 필에너지도 관련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