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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리비안] ② 배터리 소재·부품 기대감 '상승'…노스볼트 '활짝'

고성현 기자
폭스바겐 ID.4 [ⓒ폭스바겐]
폭스바겐 ID.4 [ⓒ폭스바겐]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폭스바겐이 리비안과 협력을 추진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쏠린다. 양사의 전기차 반등 전략 가동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의 배터리 공급선이 공고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소재·부품 업체 공급 역시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위기론'에 휩싸인 유럽 배터리사 노스볼트가 폭스바겐의 신규 전략에 따라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업체인 리비안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억달러를 우선 투자해 리비안의 지분을 확보한 뒤, 4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겠다는 목표다.

폭스바겐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등을 이은 상위권 내 판매량을 유지하며 성과를 거둬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하이브리드차량(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를 제외한 순수 전기차(BEV) 부문 시장 둔화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 침체 ▲카리아드(CARIAD)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체계의 경쟁력 약세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의 전기차 판매 저조 영향 등으로 전기차 전환을 연기, 다시 엔진 차 판매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르노와 협력해 개발하고자 했던 2만 유로 이하의 저가 전기차 프로젝트도 중단한 바 있다.

리비안 역시 지속되는 적자로 자금 문제를 겪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14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직원 10%를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금 보유고도 작년 12월 말 기준 79억 달러로, 1년 전(116억 달러)보다 크게 감소했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폭스바겐의 리비안 투자를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폭스바겐향 물량을, 삼성SDI가 폭스바겐·리비안 물량을 담당해온 만큼 양사 협력에 따라 추가 공급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된 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 간 협력은 중장기 계획의 일환이기에 당장의 수요를 촉진시키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시너지가 계획대로 발생한다면 폭스바겐, 리비안 양사가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의 리비안 투자가 북미 시장을 겨냥했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북미 시장 수요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집중된 반면, 폭스바겐은 아직 전기 픽업트럭과 SUV 모델이 없거나 미비하다. 양사 협력에 따라 미국 내 전기 픽업트럭·SUV 신차 출시가 확대될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무역 장벽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가 향후 양사 합작법인에 채택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합작사가 출범할 경우 전기 픽업트럭·SUV 모델 개발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고, 이 모델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리비안이 2170 원통형 배터리에 이어 4695 배터리 탑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이는 46파이 배터리가 현재 수율·생산성 면에서 기술적 장벽이 남아 있는 만큼, 양사 합작이 본격화되는 2026년쯤에 기술 성숙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스볼트 배터리 공장 [ⓒ노스볼트]
노스볼트 배터리 공장 [ⓒ노스볼트]

양사 협력이 유럽 배터리사인 노스볼트로의 수혜로 이어질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노스볼트는 유럽연합(EU)이 자국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탄생한 스웨덴 배터리 기업이다. 각형·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해 BMW·폭스바겐에 납품한다. 하지만 낮은 생산성과 수율 문제가 대두되며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외신 등에서는 노스볼트가 BMW향 배터리 납기를 지키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폭스바겐의 중장기 전기차 투자 여력이 유지된다면 노스볼트 역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리비안과의 합작이 이뤄질 경우 추가적인 배터리 공급이 불가피한 만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파워코(폭스바겐 자회사) 외 공급사를 타진할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이다.

노스볼트는 지난 3월 독일 하이데에 배터리 기가팩토리 착공에 나섰으며, 현재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생산을 위해 협력사 장비 입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기업 중 노스볼트로의 장비 납품 이력이 있는 기업은 SFA, 이노메트리, 한화모멘텀, 필에너지, 제일엠앤에스 등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스볼트는 국내 배터리 3사 대비 배터리 생산에서 크게 밀리고 있으나 EU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배터리 기업"이라며 "국내 협력사 입장에서도 노스볼트가 선전해야만 소재·부품·장비 공급 판로가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는 엘앤에프와 SK넥실리스 등과 협력 중이다. 엘앤에프는 내년 1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17만6000톤 규모 양극재를 공급키로 했다. 2025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니켈 NCMx(NCMA), 미드니켈, 하이망간 등 차세대 제품을 중장기로 공급할 예정이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초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5년동안 최대 1조4000억원 규모 동박을 노스볼트에 공급하기로 한 바 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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