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배우는 AI, 실전 방불 대테러 시나리오...ETRI, 초(超) 핵심원천 기술 공개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ETRI(전자통신연구원)이 26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연례행사 'ETRI 컨퍼런스 2024'를 개최했다. 행사는 27일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되며, 첫날 오전에는 방승찬 ETRI 원장이 직접 ETRI의 비전과 핵심연구 성과에 대한 시연을 진행했다.
방 원장에 따르면 ETRI는 현세대 ICT (정보통신기술) 기술 한계 극복을 위한 핵심연구 분야를 크게 ▲초성능 컴퓨팅 실현 ▲초지능 정보사회 기반 제공 ▲초연결 인프라 구현 ▲초실감 서비스 구현으로 정의하고, 관련 디지털 융합 연구 및 실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비전은 먼저 고성능 컴퓨팅 및 AI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초성능 환경을 실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AI가 공존하는 초지능 사회 실현을 추구한다. 이어 초연결 물리공간, 나아가 AI로 무장된 가상공간이 혼합돼 몰입감이 극대화된 초실감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관련해 ETRI가 최근까지 만들어 낸 성과들은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선 ETRI는 초지능(AI컴퓨팅) 부문에서 이달 8테라플롭스급 HPC(고성능컴퓨팅)용 초병렬 프로세서 'AB21'칩을 개발했다. 현재 테스트보드 시험 중이며 AB21 2개가 탑재된 메인모드도 올해 12월 개발 예정이다.
초지능 AI로봇지능 부문에선 최근 사람과 교감하며 제스처나 자유행동이 가능한 반려 로봇 프로토타입도 개발했다. 초연결 측면에선 6G 중심의 입체통신을 중심으로 100G급 무선전송, 인타임 및 온타임 초정밀 전달제어, 초공간 3D 빔형성 등 핵심요소 기술을 지난 5월 개발한 바 있다.
초실감 부문은 메타버스가 주요 키워드다. ETRI는 라이트 필드(Light Field, 3차원 공간에서 피사체로부터 반사되는 빛의 세기와 방향을 표현하는 장) 입체영상 기반의 실·가상 융합 미디어 핵심 기술 역시 지난달 개발됐다. 문턱이 없는 교육 훈련, 실감 엔터테인먼트 등에 지원할 계획이다.
비전 소개 직후 현장에선 ▲실시간 스트리밍 종단형 음성인식 ▲자율성장 인공지능 ▲혼합현실 대테러 훈련기술 ▲디지털 기술 기반 신속·긴급구조 관련 영상 시연도 이뤄졌다.
특히 이동형 와이파이 송신기를 활용한 긴급구조는 장내에 미리 실종자 역할의 참석자를 배치하고 신호세기를 따라 이동하며 신속하게 찾아내는 현장시연을 선보여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ETRI의 실시간 스트리밍 종단형 음성인식 기술은 2022년 국회의사중계 AI 서비스, 올해는 지하철역 자동 통역 서비스에 적용 중이다. 실시간 고속 디코딩이 가능한 트랜스포머(Transformer) 기술 덕분에 전체 입력을 기다리지 않아도 지연시간이 짧은 실시간 다국어 번역이 가능했다.
ETRI의 사람처럼 배우고 성장하는 AI 에이전트 '가이아(gAIa)'는 한번도 배운 적 없는 패션 코디를 스스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연 영상 시나리오에 따르면 사용자가 "유치원 학예회에 어울릴 상의를 추천해 달라"고 요구하고 가이아는 자신이 학습한 이미지 데이터셋에서 1차 추천을 진행한다. 이후 사용자가 AI에 학습되지 않은 데이터인 '가방' 추천을 추가로 요구하자 비학습 이미지셋에서 제시한 의상과 가방의 유사도를 분석해 높은 제품을 추천한다.
그런데 이때 유사도가 90% 미만으로 분석되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유사도가 높은 신규 가방 이미지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자발적 지식 탐색과 학습을 해내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방식은 모든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사람이 직접 가르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향후 범용 AI의 한계와 지평을 넓힐 토대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실제와 같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혼합현실 대테러 훈련기술은 ETRI의 디지털 휴먼 '한지아'가 직접 소개했다. 이는 테러 위해범, 테러범, 일반인을 각각 디지털 휴먼으로 개발한 뒤 실제 환경에서 훈련하기 어려운 다양한 상황에 대한 조치 훈련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테러훈련 시나리오에 활용되는 AI NPC(역할부여캐릭터) 전술생성 기술은 NPC가 직접 효율적이고 의미있는 행동 공간을 우선 탐색하는 기술과 맥락 기반의 메타학습 기술이 적용돼 비학습 상황에서도 AI NPC가 신속하게 최적의 행동을 수행하는 장면이 시연됐다.
특히 해당 시스템은 난이도 조절(1-10단계)까지 가능한 점, AI NPC가 주변 환경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구조물 엄폐를 실시하거나 하는 장면 등이 인상적이었다. 나아가 훈련 참여자들은 '타격감', '충격감', '열감' 등이 구현되는 다중감각 조끼를 지급받으므로 몰입도가 더욱 배가된다.
본 연구는 수요 기관의 대테러 지식과 ETRI의 첨단기술 융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확보된 기술은 국방과 치안 외에도 차세대 민간 게임 산업 등 다른 분야로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방 원장은 ETRI가 이 같은 원천기술의 지속적 연구를 통해 인류를 디지털 생태계로 이끄는 대변혁을 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현재 AI의 안전, 신뢰, 규제 등에 대한 안팎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ETRI는 AI 안전 연구소 설립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 더불어민주당 국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현 의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김복철 이사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축사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ETRI의 전직 원장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가운데 현장에서 축사한 안 의원은 "한국이 AI 경쟁에서 뒤떨어진 지금은 국가와 국회가 관심을 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규제 또한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22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발의한 AI 진흥 법안은 조속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장관도 "한국이 AI 디지털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출연연과 산업체, 대학 등이 서로 어우러지고 협력하며 창조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미래 사회 발전을 돕는 기술 개발에 힘쓰길 바란다"며 "정부도 출연연들이 기관 간 칸막이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도록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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