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은 스토익, 신작 2종 출시… “VR 게임 시장 고지 보인다”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스토익엔터테인먼트(이하 스토익)는 XR(확장현실) 발전 역사와 함께 성장한 국내 개발사다. 2014년 3월 창업해 올해로 관련 콘텐츠만 10년째 개발했다. 4종의 AR(증강현실) 콘텐츠와 13종의 VR 게임 콘텐츠를 세상에 내놨다. 관련 특허만 37개다.
스토익은 최근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CEO)가 비공개로 만났던 국내 5개 스타트업 중 한 곳이기도 하다. VR 플랫폼 생태계 내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가진 개발사인 셈이다.
스토익은 9일 스팀에 PC·VR 멀티플랫폼 게임인 ‘스펙트럴스크림’을 출시했다. 오는 23일엔 팀파이트 슈팅게임(FPS) ‘탱크아레나: 얼티밋리그(이하 얼티밋리그)’를 메타 스토어를 통해 출시한다.
10일 스토익이 서울 마포구 소재 사무실에서 진행한 미디어 간담회에 따르면, 두 게임에는 스토익이 지난 10년간 쌓은 노하우와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다.
기존 출시 게임들에서 얻은 다양한 이용자 지표와 더불어 스팀, 메타 스토어 이용자 개별 선호도 분석 등 체계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개발부터 출시까지 이뤄졌다.
스펙트럴스크림은 4인 협동 호러 게임이다. 동물 가면을 쓴 이용자가 한 팀을 이뤄 맵을 탐험하며 단서를 찾아가는 형태다. 출시 시점엔 총 3개의 챕터가 준비돼있는데, 3가지 타입과 14종류의 크리처를 피해 기믹 아이템과 ‘오브’, ‘골드’를 모으는 데서 오는 재미를 담았다.
크리처들은 타입별로 처치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 이외에도 이용자 속도에 맞춰 함께 빨라지는 크리처, 소리에 반응하는 크리처 등이 혼재돼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전망이다.
개발을 맡은 황기현 PD는 “‘파스모포비아’, ‘리썰컴퍼니’를 좋아하는 유저로서 ‘이런 유형의 게임이 VR 시장에 나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물찾기’를 이 게임의 핵심으로 꼽았다. 규칙 특성상 게임 이해도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구성원들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어 전급성을 높일 수 있길 바랐다는 설명이다.
이용자는 각 챕터를 클리어할 때마다 이용자들은 현재까지 클리어 보상에 게임을 종료할 것인지, 다음 챕터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4챕터 추가도 고민 단계에 있지만, 우선 출시 시점 마련된 챕터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게 목표다.
황 PD는 첫 시도에서 3챕터를 클리어하기까지의 소요 시간을 약 10시간으로 책정했다. 숙련된 4명의 이용자가 플레이 한다면 2시간30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스펙트럴스크림은 정식 출시 전 ‘스팀 VR 출시 예정 게임 인기 1위’를 기록했는데, 출시 후엔 VR 인기 신제품 1위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토익은 공포 게임 특성을 이용해 크리에이터 중심의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신혜련 스토익 이사는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스팀 플랫폼 특성에 맞게 체계적으로 마케팅을 준비했다. 스팀 이미지 하나하나가 타깃 유저 검증을 거친 것들이라 반응이 더욱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련 데이터에 기반해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물색 중이라면서도 “관련 장르를 즐기는 크리에이터들이 현재도 자발적으로 우리 쪽으로 연락을 취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스펙트럴스크림은 VR과 PC 버전을 동시에 지원, VR HMD(VR 기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플레이할 수 있다. 접근성을 보다 키워 더 넓은 이용자층을 포용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신 이사는 “중요한 건 게임 출시 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이라면서 “이용자에 더 다가가고,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공개되는 얼티밋리그는 지난 2022년 출시된 VR 게임 ‘월드워툰즈: 탱크아레나(이하 탱크아레나)’의 후속작이다. 각기 다른 8종의 탱크에 탑승해 펼치는 1인칭 4대4 멀티플레이 대전 게임이다. 경기장 중앙에 있는 ‘펄스타워’를 먼저 점령하는 팀이 승리한다.
스토익은 이번 작품에서 전작에서 아쉬움으로 지적된 부분을 보완하려 애썼다. 특히 이용자가 오래 게임에 머물 수 있는 장치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라운지 시스템으로, 탱크나 캐릭터를 원하는 대로 꾸미거나 초대한 친구와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또한 일반 미션과 업적, VR 게임으로서는 생소한 ‘배틀패스’ 시스템까지 도입해 전작에선 다소 떨어졌던 게임 지속성을 높였다.
정욱진 PD는 “배틀패스가 다른 BM(수익모델)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건 유저가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쫓아갈 수 있게 만들어 게임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토익은 향후 3개월마다 게임에 새로운 배틀패스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전작에서 일종의 허들로 작용했던 요소도 대거 변경했다. 전작은 세계 대전에서 사용된 실사 탱크가 등장했다면, 얼티밋리그에선 SF(공상과학) 형태의 캐주얼한 탱크들이 등장한다. 몰입감을 주기 위해 탱크마다 달랐던 장전 방식도 레버를 내리거나 들어올리는 간단한 방식으로 바꿨다.
정 PD는 “세계 대전을 아는 유저들이라면 나이가 제법 있고 게임 경험이 많을 텐데도 해당 부분에 어려움을 느끼더라. 어린 이용자들에겐 더 힘들 것 같아서 과감히 삭제했다”며 “VR 게임 고유의 재미 보다는 팀파이트 요소에 힘을 줘서 각 포지션을 수행하는 재미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최윤화 공동대표는 “VR 시장도 플랫폼마다 이용자층과 소비 패턴이 다르다. 얼티밋리그는 메타 퀘스트 스토어를 지향하는 게임”이라면서 “‘고릴라태그’ 등 흥행작을 보면 비비드한 컬러감이나 입체적인 캐릭터가 굉장히 돋보인다. 소셜, 커뮤니티 요소를 강조해 게임을 소셜 채널로서 활용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게임을 테스트베드로 바라보는 부분도 있다. 정말로 소비될 것인지 계속 지켜봐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메타 스토어 시장에 접근할 때는 이런 기준에서 접근할 계획이다”라며 “내년 출시할 게임들도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장르와 관점을 담은 작품이 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얼티밋리그에선 스토익의 새로운 시도와 방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 필요 인원인 8명이 다 모이지 않더라도, 모인 인원의 최근 10게임 전적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플레이어가 투입돼 문제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최 공동대표는 “VR 게임 유저풀 자체가 70%는 북미, 나머지 10%가 영국 등 유럽에 머물러 있다”며 “게임이 흥행하지 못하면 유저 매칭이 안 잡히고 유저가 다시 이탈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기 쉽다. AI NPC(논플레이어블캐릭터) 의존도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스토익은 장기적 관점에서 LLM(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AI를 자체 개발 중이다. 최 공동대표는 “AI NPC 같은 경우에는 페르소나 개념을 집어넣었기 때문에 인게임 플레이에는 무리가 없다”면서도 “로비 내 상호작용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 현재 ‘휴먼라이크’ AI를 개발 중이다. 향후 2년 정도에는 게임에 충분히 적용되리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스토익은 향후 VR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타와 애플 등이 VR 플랫폼 생태계에 뛰어들면서 보다 시장 기회가 커졌다는 얘기다.
김홍석 스토익 공동대표는 “(단군신화의) ‘웅녀’는 100일간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지만, 50일이 지난 시점에는 웅녀 모습이 하나도 안 변했을 것이다. 그만큼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성과와 발전이 눈에 띄지 않았던 지난 10년을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제 고지가 보인다는 느낌이다. 애플이 VR 시장에 뛰어들고 중국 VR 시장이 열리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조금 더 날아갈 수 있는 시장적 기회가 생긴 것 같다.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되는 시점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나아갈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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