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알리는 ‘가격 실험’, 네이버도착보장은 ‘배송 실험’…“제조사들 좋겠네”

왕진화 기자
알리익스프레스 앱 화면 갈무리.
알리익스프레스 앱 화면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쿠팡이 구축했던 독점적 이커머스 환경에 새로운 판도가 속속 열리고 있다. 네이버, 신세계를 비롯해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테무(Temu) 등이 배송 경쟁력과 판매자 혜택을 강화하면서 기존에 쿠팡에 쏠려 있던 제조사들의 선택권이 크게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제조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수수료 면제, 네이버도착보장은 D2C…쿠팡 로켓배송 독점 대안될까?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는 국내 상품 판매 채널인 케이베뉴 입점 제조사의 수수료 면제 정책을 6월까지 이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판매자들의 판로 확장 및 비즈니스 지원 차원으로, 3월까지 예정되어 있던 면제 정책을 3개월이나 늘린 조치다.

한국 시장 확장을 노린 알리가 국내 입점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쿠팡 등의 업체와 차별화하면서 국내 판매자들을 대거 유치하기 위함이다.

알리가 국내에 2억달러(한화 약 2758억원)를 들여 5만평 규모 이상의 물류센터를 짓는 계획도 발표함에 따라, 알리는 점차적으로 입점사들의 물류 지원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의 물류 센터 투자가 완료되면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배송을 크게 강점으로 삼고 있는 쿠팡과도 맞대응이 가능해질 정도로 단기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네이버 앱 갈무리]
[사진=네이버 앱 갈무리]

네이버는 쿠팡, 알리와 상반되는 소비자직접판매(D2C)를 꺼내들었다. 네이버는 4월부터 빠르고 정확한 도착일 배송을 보장해주는 네이버도착보장을 당일배송과 일요배송으로도 확장했다. 전체 네이버도착보장의 50% 규모로, 수도권 중심에서 내년부터는 권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빠른배송 니즈가 높은 일상소비재(FMCG) 카테고리의 제조사들이 네이버도착보장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이 1P 기반의 직매입 물류 모델이라면, 네이버도착보장은 D2C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큰 차별점인 특징을 갖는다. 쿠팡 로켓배송이 판매사에게 매입하게 되면, 제조사가 쿠팡에 판매할 가격부터 입고 날짜, 재고수량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비교적 축소되기 마련이다.

네이버도착보장은 소비자에게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보장하면서도, 가격은 물론 판매 수량이나 시기 등도 직접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유통 과정에서 판매 및 물류데이터를 제조사가 직접 확보할 수 있다. 네이버도착보장이 판매자에게 물류 영역의 주도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쿠팡의 로켓 독점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마트, SSG닷컴 등 전국에 물류망을 확보하고 있는 신세계그룹도 쿠팡의 로켓배송의 대체제로 꼽힌다. SSG닷컴은 신선·가공식품 위주 당일배송이던 쓱배송에 지난해 공산품 위주의 쓱원데이 배송을 추가했다. 또한,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신선식품 ‘하루’를 출시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기반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쓱배송과 새벽배송을 운영한다.

[ⓒ네이버]
[ⓒ네이버]

◆쿠팡과 마진율 갈등 있는 제조업체들은 네이버, 알리 등장에 환영

쿠팡에 대응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판매자 공략이 치열해지면서 제2의 햇반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제조사들은 막강한 배송 경쟁력을 갖춘 쿠팡을 통해 매출을 늘릴 수 있었다. 다만 쿠팡과의 협상력이 떨어져 쿠팡이 요구하는 마진율을 수용하거나, 할인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지난 2022년부터 쿠팡과 마진율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쿠팡에서의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대신, 이곳은 네이버 등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면서 매출을 신장시키고 있다. 지난달에는 네이버 전용 대규모 특가 기획전 제일제당 세일 페스타를 진행하는 한편, 알리 입점을 기념해 비비고만두 세트, 사골곰탕 세트 할인 판매에 들어가기도 했다.

실제로 쿠팡 외에 다양한 플랫폼으로 입점하는 제조사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생활건강, 한국P&G, 한국코카콜라, 깨끗한나라, 농심, 아모레퍼시픽 등 FMCG 중심의 브랜드들이 네이버도착보장을 활용하거나 알리에 입점하고 있다. 제조사들이 타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면서 쿠팡과의 거리두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플랫폼에 종속되면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쿠팡에서 매출이 잘 나오더라도 제조사들이 불안해하는 이유가 된다”면서 “네이버의 커머스 경쟁력이 강화되고 알리와 같은 대안들이 많아질수록 제조업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이며, 반대로 쿠팡의 협상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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