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사업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하며 '프로야구 유료화 시대'를 알렸다. 이를 통해 티빙은 KBO 리그 전 경기(시범경기, 정규시즌, 포스트시즌, 올스타전 등) 및 주요 행사의 국내 유무선 생중계, 하이라이트, VOD 스트리밍 권리, 재판매 할 수 있는 사업 권리를 2026년까지 보유하게 됐다. 토종 OTT 플랫폼인 티빙이 프로야구 유료화와 함께 광고형 요금제(AVOD)를 도입함에 따라 변화될 시장 판도를 분석하고, 중계권 재판매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티빙이 뉴미디어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기존에 제한됐던 경기 쇼츠 영상(짧은 분량의 영상 콘텐츠) 제작 및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전 사업자인 포털·통신 컨소시엄의 경우, 2019년부터 약 5년 간 소셜 미디어 플랫폼 활용을 제한해 미디어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콘텐츠 확산에 제약이 있었다.

5일 티빙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양사가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40초 미만 쇼츠 활용을 전면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올 시즌 프로야구부터 누구나 40초 미만 분량의 쇼츠를 자유롭게 제작하고, SNS에 공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직전 뉴미디어 중계 사업자였던 통신·포털 컨소시엄(당시 네이버·카카오·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의 경우, 쇼츠 등 2차 창작물 제작·활용·공유에 제한을 둔 바 있다. 1분 미만의 쇼츠 영상이 대세로 자리잡았음에도 프로야구 관련 콘텐츠가 확산되지 못했던 이유다.

당시 통신·포털 컨소시엄은 각각 자체 서비스를 통해 프로야구 중계 서비스를 지원했음에도 관련 영상을 활용해 2차 창작물이 발견되면 저작권 침해에 대한 경고를 가하는 등 이른 바 저작물을 밀도 높게 관리한 바 있다.

티빙과 KBO는 프로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다소 폐쇄적이었던 콘텐츠 활용 부분을 개방해 MZ세대를 비롯한 신규 야구 팬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한화 이글스로 복귀한 류현진 선수가 개막전인 LG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콘텐츠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 콘텐츠 소비가 쇼츠에 집중된 데다, 티빙과 KBO가 영상 제작을 부분 허용하면서 올 시즌 프로야구 경기나 선수를 중심으로 한 쇼츠 영상이 대거 확산될 전망이다.

트위치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며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치지직(네이버)'와 '아프리카TV'는 티빙과의 협상을 통해 중계권을 재구매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스트리밍 플랫폼 특성상 야구 관련 크리에이터도 상당 수 존재하는 만큼, 뉴미디어 중계권을 재구매하지 못하면 경기 화면없는 '입 중계'나 관련 '뉴스 해설' 정도의 콘텐츠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다. 통신·포털 컨소시엄 입장에서는 콘텐츠 재생산을 통한 확산 과정에서 자사 콘텐츠가 교두보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을 판단하게 됐다.

이에 대해 통신·포털 컨소시엄 측은 당시 콘텐츠 개방에 소극적이었던 별도의 이유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년 간의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엔 2차 창작물 등 관련 저작물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기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쉽게 말해, 뉴미디어 중계권 입찰 기준이 달랐고 컨소시엄 측은 해당 기준에 맞게 운영했다는 것이다.

통신·포털 컨소시엄 측의 한 관계자는 "컨소시엄을 보면 네이버 치지직이나 아프리카TV 등 스트리밍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어 오히려 2차 창작물이나 콘텐츠 재생산 면에서 강점을 지닌 부분이 있었다"며 "KBO 측에서 설정한 기준이 달랐던 것이지, 자체적으로 콘텐츠 재생산이나 2차 창작물 확산을 막은 것이 아니며 저희가 입찰을 받았어도 콘텐츠 개방 정책을 펼쳤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콘텐츠 재생산 범위가 쇼츠(40초 미만 분량)에 한정돼 예상보다 2차 창작물이 크게 확산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난 5년 간 관련 콘텐츠 재생산이 허용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대폭 개선된 부분이지만 투수의 3구 삼진, 끝내기 홈런, 허슬플레이, 오심 판정 등 프로야구 내에서 발생하는 천차만별의 상황을 40초 미만으로 편집·활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티빙 관계자는 "경기장에서 일반 관람객분들이 경기 화면을 찍고 공유하거나,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 쇼츠로 활용하시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짜집기, 악의적 편집 등이 이뤄질 수 있는 문제까지 고려했다"며 "내부적으로 KBO와 논의 끝에 저희가 제공하는 콘텐츠 기준에 맞춰 40초 미만이라는 기준을 설정했고 실제로 체감할 경우 이전보다 많이 개방됐다는 느낌을 받게 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티빙과 KBO가 맺은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은 3년 간 총 1350억원(연 평균 450억원)으로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다. 이는 동일 기간 지상파 3사와 맺은 TV 중계방송권 계약(총 1620억원·연 평균 54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이전 사업자인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맺은 계약(5년 간 총 1100억원·연 평균 220억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