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 퍼스트]④ '세계 최초' 타이틀 한번 더…K-통신·장비사 도전장
5G 이동통신을 대체할 6세대 이동통신(6G) 기술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우리나라는 6G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와 장비 제조사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기술 패권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전 산업의 혁신과 일상의 변화를 가져다줄 6G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6G를 선도하기 위해 준비중인 국내외 기업들과 우리 정부의 정책들을 들여다보고, 관련 통신기술의 미래를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강소현 기자] 6G 기술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경우, 6G 관련 기술 개발 및 생태계 구축에 돌입했고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장비업체들 역시 차세대 통신기술에 맞춘 장비 개발 및 기술 선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삼성, 6G 초격차 목표…장비사 움직임 분주
지난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회장은 "새로운 기술 확보의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이재용 회장이 말한 '새로운 기술'은 6G를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6G 초격차 기술 선점을 통해 기존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뒤처진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2019년 전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던 노하우를 살려 6G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9년까지 5G 통신장비(RAN) 매출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하며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선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5G RAN 매출 점유율 37%를 기록해 화웨이(28%), 에릭슨(27%), 노키아(8%) 등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다만, 2022년 들어 화웨이가 30%에 가까운 통신장비 점유율을 차지하며 격차를 벌린 만큼 5G에 주력했던 통신장비 사업 우선순위가 6G로 옮겨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DX부문 네트워크사업부에서 차세대 통신기술 및 통신칩 등을 담당했던 연구개발(R&D) 조직 인력을 미래 기술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로 대거 이동시키는 파격적 전략을 채택한 바 있다.
삼성전자 외에도 ▲이노와이어리스 ▲쏠리드 ▲인텔리안테크 등이 6G 관련 솔루션 및 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와이어리스는 2000년 9월 설립된 회사로, 통신용 시험·계측장비와 스몰셀(소형 기지국)을 문적으로 개발·판매하고 있다. 스몰셀의 경우, 대형 기지국이 담당하지 못하는 환경이나 설치가 어려운 공간에 최적화된 장비로 전파가 닿지 못하는 음영지역의 커버리지를 확보하거나 데이터 트래픽 분산처리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현재 이노와이어리스는 6G 개발이 본격화되면 통신·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무선망 최적화 솔루션이나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혼합·확장현실(XR) 등 부가 산업 내 서비스 측정 분야에서 수혜가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6G의 경우, 테라헤르츠(㎔) 같은 고주파 대역을 사용하는 만큼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전력손실이 커질 수 있어 스몰셀이나 저궤도 위성이 보완재로 거론되고 있다. 이노와이어리스는 4G LTE부터 5G에 이르는 스몰셀 사업 노하우를 통해 6G 개발 단계에서부터 관련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이노와이어리스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공급사인 명성라이픽스와 차량 사물통신(V2X) 시험장비 업체 웨이티즈를 차례대로 인수하면서 6G 시대의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인 '완전 자율주행' 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기대하고 있다.
1998년 쏠리테크로 시작해 2012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한 쏠리드 역시 6G 관련 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에 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쏠리드는 분산형안테나시스템(DAS)과 무선 주파수(RF) 중계기 등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중이다.
쏠리드의 경우, 6G 네트워크의 근간이 될 '오픈랜(OpenRAN·개방형무선접속망)' 기술이 활성화되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오픈랜 기술은 제조사 기지국 장비를 상호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기술인 만큼, 특정 장비 공급사를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케이엠더블유(KMW) ▲센서뷰 ▲옵티코어 ▲에치에프알(HFR) ▲다산네트웍스 등 다양한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이 6G에 발맞춘 솔루션 및 부품·장비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5G 주파수 추가 할당 등이 진행될 경우, 기존 5G보다 진화된 '5G 어드밴스드(5.5G)' 기술이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6G도 예상보다 빠르게 도입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통신장비 업체들도 '6G 레디(6G에 대비하는 5G 장비)' 기조에 맞춰 관련 솔루션 개발에 돌입할 것이라는 이유가 여기에서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통신서비스·네트워크장비 Overweight' 보고서에서 "5G 어드밴스드(기존 5G 기술보다 고도화된 통신 기술)가 내년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고 6G의 경우 오는 2028 조기 상용화가 예상된다"며 "가장 큰 이유는 5G 서비스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인데 5.5G와 6G는 6G 레디로 시작해 정식 6G 장비가 공급되는 형태를 띨 것이며 오는 2028년 초까지 투자가 진행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통신 3사, '오픈랜' 중심 R&D부터 차근차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6G 시대에 대응해 관련 기술개발에 돌입했다.
먼저, 통신 3사는 오픈랜 생태계 활성화에 시동을 건다. 오픈랜은 무선접속망(RAN)을 구축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통신장비 간 연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API) 등 소프트웨어 요소를 하나의 통일된 기준으로 규정,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통신사의 입장에선, API의 개방화로 하나의 장비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제조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유연하게 선택해 무선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앞서 통신 3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이런 흐름에 발맞춰 관련 표준 및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 특히 통신사들은 가상화 기지국(vRAN·virtualized Radio Access Network)에 오픈랜 기술을 결합한 '오픈랜 가상화 기지국'의 상용화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생태계를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가상화 기지국은 이름 그대로, 기지국을 가상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무선신호처리부(RU·Radio Unit)와 분산장치(DU·Distributed Unit)를 범용서버에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현해 운용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기지국을 가상화한다고 할 때 DU만이 포함된다.
가상화 기지국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네트워크 장비를 물리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없어지니, 통신사의 입장에선 당연 기지국 구축 및 관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가상화 기지국에 오픈랜 기술까지 더해지는 경우 네트워크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통3사는 향후 6G 본격화에 대비해 고주파 대역와 관련 음영지역에 대한 커버리지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다. RIS(재구성가능한 지능형 표면·Reconfigurable Intelligent Surface)가 대표적이다.
RIS는 안테나 표면의 전자기적 반사 특성을 이용해 장애물 너머 수신자한테 전파가 도달할 수 있도록 경로를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전파가 통과하기 어려운 코팅된 유리창에 투명한 필름형태의 안테나를 달아 전파의 방향을 꺾어 건물 내에 도달하게 하는 방식이다.
28㎓(기가헤르츠)와 같은 고주파 대역의 경우 전파의 회절성이 약해 장애물을 만났을 때 피하거나 통과하지 못해 커버리지 역시 3.5㎓ 대역의 10~15%에 불과한 가운데 RIS는 전파의 방향을 꺾어 이런 음영지역을 해소한다.
이외에도 업계는 정부 주도의 6G 연구과제에 참여하는가 하면 위성과 지상망의 통합을 염두해 항공·우주용 양자암호통신 기술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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