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공공 부문에선 기업들의 AI 개발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한국은 특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화해서 활용하는 부분이 미흡합니다. AI와 데이터의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을 같이 해야 하는 입장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우리나라 기업들을 공공 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윤정원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공공부문 대표는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AWS코리아 오피스에서 개최된 AWS 공공부문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윤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AWS의 공공부문 혁신 경험과 글로벌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 공공 부문에 대한 사업 현황과 전략 및 비전을 소개했다.

그는 “지금은 예전처럼 정부 서비스 개발에 거대 시스템통합(SI) 기업이 턴키 사업을 하지 않고, 우수한 솔루션을 빠르게 도입하는 쪽으로 체계가 바뀌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고, 특히 한국은 AI와 데이터의 트랜스포메이션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임무를 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AWS는 이달 1일 국내 공공기관용 클라우드 보안 요건인 ‘클라우드보안인증제(CSAP)’ 하등급을 획득하며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바 있다. 이는 그동안 엄격한 물리적망분리에 기반한 CSAP가 등급제로 개편되며 정부가 하등급에 한해 논리적(가상)망분리를 허용한 덕에 가능했던 일이다.

윤 대표는 하등급 통과를 기점으로 전개할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 전략에 대해서도 “하등급 인증이 AWS가 가진 역량을 다 나타내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글로벌 트렌드는 더 이상 물리적망분리로는 사용할 수 없는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들이 많고, 미국 국방부조차 논리적망분리의 안전성을 얘기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며 “한국도 오픈 데이터를 활용하는 부분이 점점 더 확장될 것이고, 올해와 내년에 굉장히 많은 고객들의 요구가 쏟아질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윤 대표는 이날 AWS가 전세계 공공부문에서 혁신을 이룬 다양한 고객 사례를 공유하며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최적 파트너로서 경쟁력을 자랑했다.

일례로 2002년부터 26만킬로미터 이상 도로를 건설하고 복구해온 세계은행은 프랑스 툴루즈에 본사를 둔 AI 기업 알테이아(Alteia)와 협력해 AWS 기반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활용, 도로 인프라 평가 과정의 효율성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영국 스윈던 자치구는 문해력이 낮은 주민들이 정부 문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 기반 솔루션 ‘심플리 리더블(Simply Readable)’을 아마존베드록(Amazon Bedrock)을 통해 개발했으며, 브라질의 시리오 리바네스 병원은 AWS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레이크 구축을 통해 전자의료기록시스템 등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한국 사례도 주효하게 소개됐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정권호 제이앤피메디(JNPMEDI) 대표, 김광수 서울대학교병원 융합의학기술원 교수 등이 직접 참석해 AWS와의 협력을 통한 각자의 디지털 혁신 경험을 공유했다.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AW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를 ‘아마존 베드록 마켓플레이스’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점프스타트’ ‘AWS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전 세계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양사는 최근 최근 양사는 ‘업스테이지-AWS AI 이니셔티브’를 발표, 초중고·대학과 비영리·비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솔라 LLM과 다큐먼트 AI를 무상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똑똑하고 재능 많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돈이 없어서 AI를 못 쓰는 일이 없도록 무료로 쓰게 해주자는 제안을 AWS에서 도와주셨다”며 “벌써 40개 기관에서 등록해서 사용 중이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이 확장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설립된 임상시험 솔루션 기업 제이앤피메디 역시 국내 대표적인 AWS의 수혜자다. 제이앤피메디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구어체로 기록된 의학적 관찰 내용을 의료 사전 항목에 매핑하는 수작업의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마존 베드록을 활용한 ‘메이븐 코더 익스프레스’를 개발했다.

정권호 제이앤피메디 대표는 “한국의 제약바이오 또는 의료기기 회사들이 미국에서 인허가를 받을 때마다 수백억원을 쓰면서도 데이터에 관해선 미국 회사들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우리 같은 한국 회사가 클라우드와 AI 기술로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면 글로벌 경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은 AWS의 ‘오픈 데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연구 협력이 가능해졌다. 김광수 서울대병원 교수는 “우리 원은 공공 의료기관이라 가명화 데이터에 대한 규제가 심한데, 최대한 합성데이터 기술이나 가명화 데이터를 활용하는 식으로 하고 있다”며 “원내 온프레미스로 구축한 데이터레이크에서 구성된 데이터들을 익명화 상태로 AWS 오픈 데이터 프로그램에 올려 전세계 연구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아직은 저희도 정말 AWS를 쓰고 싶지만 공공기관으로서 규제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며 “그런 어려움을 규제나 제도가 잘 따라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