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법률상식145] 광고모델계약의 품위유지의무는 여전히 유효한가: 최신 판결례 소개
[법무법인 민후 박수연 변호사]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는 노래 가사처럼 광고 모델에게도 과거를 묻지 않을 수 있을까?
필자는 본지의 「[스타트업 법률상식 136] 유튜버의 광고 출연,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기사에서 광고모델의 학폭, 마약, 사생활 논란 등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기업 이미지의 실추 또는 촬영 광고의 중단에 따른 금전적 손해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 광고모델계약에 품위유지의무 조항을 포함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위 광고모델의 품위유지의무와 관련하여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 참고할만한 판결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1. 10. 선고 2021가합548833 판결, 이하 "본 판결")가 나와 이를 소개하며, 과거 유사한 판례들과 어떠한 점에서 차이가 나는지 본 판결이 주는 시사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연예인 서예지는 2020. 7. 22. 유한건강생활과 영양제 광고모델계약(이하 "본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본 계약에서 규정한 품위유지의무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7조(준수사항)
4) "모델"은 본 계약기간 동안 광고모델로서의 자신의 품행이 "광고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현행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인으로써 품위를 해치는 행위(음주운전, 뺑소니, 폭행, 학교폭력, 마약 또는 향정신성 의약품 불법사용, 사기, 성범죄, 도박, 조세포탈, 관세법위반 등 각종 범죄 혐의로 입건되거나 "모델"이 스스로 인정하는 경우를 말한다)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야기함으로써 "광고주"의 제품 이미지 및 기업 이미지에 손상을 가하거나 광고 효과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루머 및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내용에 대한 언론보도, 네티즌의 인신공격 등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후 2021. 4.경 서예지에 관하여 ①2017년 남자친구였던 배우에 대하여 극중 상대역과의 멜로 장면 촬영을 거부할 것을 요구하는 등의 이른바 '가스라이팅', ②2014년 남자친구였던 가수에게 '가스라이팅', ③초등학교 6학년 및 중학교 3학년 당시의 학교폭력 행위, ④스페인 소재의 명문 대학교 입학에 대한 거짓 인터뷰, ⑤2017. 1.경 스태프에게 욕설을 하였다는 이른바 '갑질'에 대한 의혹(이하 모두 합하여 '이 사건 의혹')이 제기되었다.
유한건강생활은 서예지가 출연하는 방송광고를 중단하였고, 서예지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에게 공문을 통하여 ①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는 본 계약의 해제(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법원은 계약 해제가 아닌 계약 해지라고 판단하였다) 및 계약 해제에 따른 모델료 반환, ②품위유지의무 위반에 따른 위약금 및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다.
2. 법원의 판단
1) 본 계약 해지 여부
법원은 '계속적 계약 해지' 법리를 이유로 하여, 본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계속적 계약 해지' 법리란 「계속적 계약은 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 당사자 일방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대법원 2014. 4. 24. 선고 2011다101544, 2011다101551 판결)는 내용으로서 법원의 확립된 견해다.
이 사건 의혹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서예지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유한건강생활로서는 매출 감소 등 손해를 방지하려면 광고를 중단하고 새로운 광고를 시행할 수 밖에 없는바, 당사자 간의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유한건강생활에게 본 계약의 구속력을 계속 강제함은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본 계약 해지 및 계약 해지에 따른 모델료의 환급 부분은 인정되었다.
2) 본 계약 위반 여부
법원은 이 사건 의혹의 제기는 계약기간 중에 있었으나, 의혹의 대상인 사정들은 모두 계약기간 전의 것들인바, 그러한 사정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은 판결 원문이다.
「위 조항을 원고 주장과 같이 해석할 경우 이 사건 계약체결의 교섭 단계에서 위 피고로 하여금 과거에 있었던 소위 품위유지의무 위반행위를 원고에게 밝힐 것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바(그러한 모델과 광고계약을 체결할 광고주는 거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는 헌법상 중대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여 허용할 수 없다.」
또한, 유한건강생활은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가 이 사건 의혹에 대하여 허위 사실이라는 입장문을 공표한 것에 대하여 본 계약상 품위유지의무 조항 위반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반대로 진실이라고 공표를 할 경우 서예지의 연예계 퇴출을 요구하는 여론 형성이 예상되므로 과연 그것이 위 계약의 취지에 부합하는 조치인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위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가 해당 공표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3. 결론 및 시사점
본 판결은 계약기간 이전에 광고모델의 품위 손상 행위가 발생하여 사회적 물의가 빚어진 경우, 계속적 계약의 신뢰관계가 훼손되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되, 계약의 품위유지의무 조항을 근거로 하여 계약 위반 또는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을 표명한 첫 판결로 그 의의가 있다.
그렇다면 과거에 발생한 사건은 품위유지의무 위반 행위라고 보지 아니하여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판단되는 경우는 매우 협소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가사 과거에 대하여도 품위유지의무 조항이 적용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할지라도,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연예인으로 하여금 과거의 일을 밝히도록 강요하는 것이 되어 해당 조항이 유효하지 않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견으로는 음주운전, 성범죄 등 범죄 관련 행위는 과거에 발생하였다고 할지라도 관련 형사 절차가 계약 기간 중에 진행된다면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 적용 범위가 축소됨에 따라 실질적으로는 품위유지의무 조항은 무용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계약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품위 손상 행위에는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바, 광고모델계약에 품위유지의무 조항을 넣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박수연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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