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대규모언어모델(LLM)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투자를 복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이 가진 제조‧가전의 강점을 살려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위한 반도체 성능 향상 및 소형언어모델(sLLM) 등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AI 분야 정부‧기업 최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제5차 AI 최고위 전략대화’가 개최됐다. 이날 배경훈 LG AI연구원원장은 초거대 AI 기업 대표주자로 참석, 최근 진행된 정보기술(IT)‧가전박람회 CES2024에서 주요 화두로 떠오른 ‘온디바이스 AI’에 주목했다.

기존의 AI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원격지에 있는 서버에 데이터를 보낸 뒤 이를 처리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상시 통신만 할 수 있다면 어떤 기기에서든 AI를 작동시킬 수 있다. 다만,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전송한다는 것이 프라이버시 문제로 불거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오픈AI ‘챗GPT’다. 챗GPT가 기업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유출한 사례가 나타남에 따라 일부 기업은 챗GPT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주재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도 온디바이스 AI가 프라이버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온디바이스 AI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AI를 위한 반도체 칩 성능과 LLM 경량화‧최적화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배경훈 원장은 “온디바이스 AI에 LLM을 탑재하려 하면 LLM 사이즈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온디바이스 AI 성능이 클라우드 기반 AI보다 성능이 크게 떨어지면 고객에게 외면받게 된다. 온디바이스 AI에 적절한 사이즈의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통해 AI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배 원장은 유통 기업인 월마트, 뷰티 기업 로레알, 농기계 기업 존디어 등이 CES에서 선보인 혁신 사례를 소개하며, AI를 중요 요소로 삼고 꾸준히 투자하면서 지금의 성과를 만들어낸 것으로 해석했다. 국내 기업도 유의미한 혁신을 만들 수 있는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배 원장은 “한국 산업은 구조상 디바이스를 통한 제조‧가전‧모빌리티 등 영역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지금은 LLM에 모든 투자가 쏠려있지만 멀티모달, 비전, 데이터 예측 등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AI를 현장에서 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생성형 AI에는 굉장히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메타는 곧 ‘라마(Llama)3’를 발표한다고 한다”며 “치열한 경쟁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으며, 차별화가 필요하다. 온디바이스 AI가 될 수도 있고, 제너럴보다는 버티컬 영역에서 승부를 보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