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SW사업 난맥, 대기업 참여 여부보다 '사업 대가 정상화'가 문제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기업의 소프트웨어(SW) 사업 참여 제한 금액을 기존 1000억원에서 하향하는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행정전산망 서비스 장애 여파가 그치지 않던 지난 주 “그간 준비했던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의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행정전산망서비스 장애의 원인으로 ‘라우터 포트 불량’이 지목된 이상 ‘대기업이 했으면 잘했을 것이다’, ‘중소기업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났다’ 등 원인을 따져보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 됐다. 무엇보다 인프라를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관리 실패와 그동안 사상누각으로 만들어져 온 국가 IT인프라의 난맥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업계에선 이번 기회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환이 더욱 빨리 진행돼야 하는 한편 관리주체의 역량강화가 우선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장애 발생 초기 대기업 사업참여 제한 요건 완화가 세간에 오르내린 것 자체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란 지적은 계속돼왔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도 2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정부박람회’에서 공공 소프트웨어(SW) 대기업 참여 제한 논의에 대해 “(대기업 참여 제한)이것 때문에 문제(장애)가 직접적으로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대기업의 사업 참여가 공공SW 사업의 질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특히, 최근 지방행정전산망 장애와 같은 사건을 통해 우리는 공공 서비스의 취약성을 목격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한 대기업의 참여 확대로는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사업 대가의 현실화는 중요한 요소다. 공공SW 사업에서 적정한 예산 배정과 자원 분배는 품질 높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반이다. 예산이 적절히 배분되면, 개발자들은 더 나은 품질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할 수 있으며, 이는 공공 서비스의 전반적인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예산이 현실적으로 배정되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등이 공공SW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이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혁신 촉진에 기여할 것이다.
결국, 한국 공공SW 사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책 변경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와 근본적인 접근 방식의 전환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기업의 참여 제한 금액 조정은 한 방법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공SW 사업의 질적 성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공공SW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기술적 투자와 함께 정책적, 구조적 조치들의 조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의 공공 SW 사업은 현실적인 사업 대가 책정의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현재, 많은 공공SW 프로젝트들이 예산 부족과 비현실적인 가격 책정으로 인해 질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이는 결국 프로젝트의 성공률 감소, 기술 발전의 정체,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공공 서비스의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일각에선 중소중견기업이 공공SW사업에 참여하면서 전체적인 사업의 질이 떨어졌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는 그동안 적체된 불공정한 사업대가, SW가치를 무시한 저가수주 입찰 관행 등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 플레이어만 바뀌었을 뿐 기본적인 시장 토양은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대기업 참여 제한의 완화가 공공SW 사업의 품질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 향후 공공 서비스의 질 확보와 클라우드 전환을 통한 정부 시스템 혁신을 위해서라도 대기업 참여 제한 조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적정한 사업대가를 바탕으로, 대중소가 각자의 분야에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정부로의 전환을 위한 체계적인 로드맵 수립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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