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확률형 아이템 시행령’ 우려…“해외업체 역차별·중소업체 부담”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 아이템 확률 의무 공개’를 골자로 둔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3일 입법 예고한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시행령 중 일부 사안을 놓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날 발표된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의 유형, 획득률 등 구체적 정보가 내년부터 게임 내부는 물론 홈페이지와 광고물에 의무적으로 표시된다. 그동안 과도한 사행성 유발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컴플리트 가챠(특정 아이템 조합을 완성하면 보상을 얻는 방식)’도 표시 의무가 부과된다.
게임물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광고・선전물 등 매체별로 확률정보 표시 취지를 고려해 표시해야 한다. 예컨대 게임물 구매화면 또는 게임화면에 확률을 표시하되, 표시하기 어려운 경우 연결화면(링크)을 통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표시해도 된다.
이러한 가운데 중소 게임사는 대부분 게임 운영 및 서비스보다 게임 개발·제작이 중심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선 최근 3년간 연 평균 매출액 1억원 이상을 기록했던 중소 게임사 또한 표시 의무 대상으로 뒀다.
다만 최근 1인 개발자를 비롯한 중소·인디 게임사들은 다양한 게임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게임이 입소문을 타거나 흥행 반열에 오를 경우 매출 1억원을 넘기는 일은 드물지 않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중소 게임사들에게 해당 규제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 게임사 사정에 능통한 게임업계 관계자 A씨는 “팀 단위 또는 혼자서 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는 소규모 회사는 게임 외적 부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만큼, (해당 시행령 등이) 성장을 저해하는 복합적인 원인이 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논란도 주요 우려 지점으로 꼽힌다. 한국법인을 두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해외 게임사 경우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시 의무를 어기더라도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해당 문제를 인정하며 “국회 입법으로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해외 게임 업체가 국내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게임산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는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 13일 시행령 발표 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제도를 골자로 둔 법안이 현재 발의돼 있는데, 해당 법안이 가급적 통과될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다만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조속한 통과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게임업계 관계자 A씨는 “공정한 게임 이용환경 확립, 유저 보호라는 취지는 좋으나 사실상 국내 게임사를 대상으로만 작용하는 규제라는 점이 아쉽다”며 “해외 게임사가 국내 시장에서 장악력을 키우는 동안 국내 게임사의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 B씨는 “해외 게임사들은 이번 시행령을 기준으로 국내 게임사들이 주요 BM으로 삼아왔던 확률형 아이템 및 관련 시스템이나 구조를 금방 알게 될 수도 있다”며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배틀 패스나 구독형 유료 아이템으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역으로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꼽았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해당 시행령 및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기 개정안이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한국 게임산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기간 해외 업체와의 역차별 등 시행착오가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이번 시행령을 통해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고 그 기준에 따라 게임사들이 게임 아이템 획득 확률 등을 클리어하게 공개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용자들이 국내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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