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영화 오펜하이머로 본 창조적 교육, 그리고 AI 교과서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개봉된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창조를 다룬 영화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치보다 더 빨리 원자폭탄을 만들어야하는 임무를 맡은 오펜하이머의 생애와 세상을 구하려는 무기가 세상을 파괴시킬수도 있다는 과학자로서의 딜레마, 고뇌 등이 다양하게 녹아있어 3시간 내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난 이제 죽음이요, 세계의 파괴자가 되어버렸다‘는 오펜하이머의 과학자로서의 딜레마적 고뇌가 먼저 가슴으로 와닿았다. 또한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와 노력의 장면들은 흥미롭고 매혹적이다.
특히 원자폭탄과 같은 파급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영화가 시사하는 점도 되짚어볼 만 하다. 더 이상 AI를 활용하지 않는 산업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AI는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주지만 AI 시대에 오펜하이머 모멘트 (자기가 만든 기술로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면 과학자에게도 책임이 있으며 기술개발을 후회한다는 뜻), 즉 AI가 악용될까 우려하며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AI가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과 교육방법에 혁신을 이끌어 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AI를 만능의 열쇠로만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9일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오는 2025년부터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생의 학습시간, 성취도 자료를 개발사가 수집해 이를 교육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AI가 들어오는 셈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면 로스앨러모스에서 책임자 오펜하우스와 수소폭탄의 아버지 텔러, 데이비드 힐 등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맨하탄 프로젝트 과정에서 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희열, 성취감은 물론 같이 고민하고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지적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특히 디지털시대에 온라인협업 등 학생들이 나가서 일하게 될 사회 업무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사람과 사람의 협업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AI 교과서를 토대로 앞으로 아이들의 교육은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교육에선 학생들의 잠재된 창조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이 살아가다가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을 때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계산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자신감과 유연한 사고로 헤쳐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창조의 원동력이다.
수동적 교육 안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보다 쉽게 남들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하지만 창조적 교육에서는 이처럼 스스로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고 구성원간 이를 조율해 나가는 것을 중요시 한다.
하지만 창조적 교육에서 AI가 어떤 영향을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편리성을 제공하는 AI는 사용자의 욕망에 휘둘려 악의를 지닌 매우 불순한 의도의 결과물을 만들 수도 있다.
디지털화 되고 급변화된 세상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지식 정보를 배우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생성형 AI는 이러한 과정을 건너 뛰고 결과물만을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때문에 AI 시대에는 책임윤리가 따른다. 집을 짓더라도 철근으로 기본을 지키며 튼튼히 짓는 집과 뼈대가 없는 겉모양만 같은 집은 엄연히 다르다. 이런 집은 금방 무너져 내린다.
AI가 만들어낸 모방의 결과물에서의 의무와 책임 문제는 항상 지켜봐야 하는 문제다. 남의 창조물을 베끼고 가져옴에 있어 그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도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창조와 모방은 한 끝 차이라지만 책임윤리가 바탕이 되지 않았을 때 현실의 부메랑은 매우 냉정하게 돌아온다.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클라우스 푹스는 소련에 수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해 놓은 맨하탄 프로젝트의 기밀을 가져다주는 이적행위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자로서의 클라우스푹스보다 스파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역사적으로도 결과물에 앞서 윤리가 남는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미래세계로 나아갈 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창조적 혁신가이길 원하는가 아니면 남의 흉내만 내는 광대이길 원하는지를 따져보면 교육의 방향은 자명하다. 과정은 잠깐 쉬울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독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교육·문화 칼럼니스트 조은희 조은국어 원장/ 조은희의 조은국어포럼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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